3월 18일 주제 - 목욕탕
내가 어릴 땐 동네에 목욕탕이 많았다. 요즘이야 집집마다 욕실이 다 있지만 내가 어릴 땐 집 안에 욕실이 있는 집이 거의 없었다. 화장실은 대부분 밖에 있는 푸세식 공용 화장실이 하나고 욕실은 마당에 있는 창고를 개조해 만든 공간이라 한겨울엔 너무 추워 사용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겨울에는 꼭 목욕탕을 갔다. 특히 새해 첫날이면 우리 엄마는 새해맞이 목욕재계라도 시키려고 했는지 뜨거운 탕에 푹 담갔다가 껍질이라도 벗겨낼 기세로 박박 밀어내는 통에 온몸이 벌겆게 따끔따끔했다. 때를 밀 때는 아프다고 살살하라고 비명을 질러댔지만 목욕을 다 하고 나오면 꼭 바나나 우유나 요구르트를 사주시니 신났다. 시원하고 달콤한 맛이 빨대를 타고 쪼옥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그 맛이 좋았다.
그 느낌을 그림책으로 만든 작가가 있다. 강민정 작가의 첫 그림책이라고 한다.
<바나나 우유 목욕탕>
출간한 지 한 달도 안 된 따끈따끈한 신작이다. 그래서 이벤트도 하나보다. 그림책을 사면 바나나우유 비누통을 준단다.
아~ 지르고 싶다아!
귀차니즘 때문에 쇼핑을 싫어하는 내가 유일하게 지름신이 내리는 때가 바로 새로 나온 책을 봤을 때다. 콧구멍을 벌렁벌렁 거리면서 살까 말까 살까 말까를 외치고 있다.
이제 바나나우유의 시원한 맛보다 뜨거운 탕의 시원한 맛을 즐기는 나이가 되었다. 동네 목욕탕은 거의 사라져 뜨거운 탕의 시원한 맛을 즐기러 가끔 온천에 간다. 어릴 때 살던 동네에 그림책에 나오는 것처럼 빨간 벽돌로 지은 건물에 목욕탕이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다음 그림책은 사라지고 없는 그리운 것들에 대한 걸 만들어 봐야겠다. 다음 그림책을 만들 때는 어떤 그림을 그려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