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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에서 즐기는 시원한 맛이 달라진 나이

3월 18일 주제 - 목욕탕

by 생각샘 Mar 19. 2025

 내가 어릴 땐 동네에 목욕탕이 많았다. 요즘이야 집집마다 욕실이 다 있지만 내가 어릴 땐 집 안에 욕실이 있는 집이 거의 없었다. 화장실은 대부분 밖에 있는 푸세식 공용 화장실이 하나고 욕실은 마당에 있는 창고를 개조해 만든 공간이라 한겨울엔 너무 추워 사용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겨울에는 꼭 목욕탕을 갔다. 특히 새해 첫날이면 우리 엄마는 새해맞이 목욕재계라도 시키려고 했는지 뜨거운 탕에 푹 담갔다가 껍질이라도 벗겨낼 기세로 박박 밀어내는 통에 온몸이 벌겆게 따끔따끔했다. 때를 밀 때는 아프다고 살살하라고 비명을 질러댔지만 목욕을 다 하고 나오면 꼭 바나나 우유나 요구르트를 사주시니 신났다. 시원하고 달콤한 맛이 빨대를 타고 쪼옥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그 맛이 좋았다.


 그 느낌을 그림책으로 만든 작가가 있다. 강민정 작가의 첫 그림책이라고 한다.

<바나나 우유 목욕탕>

브런치 글 이미지 1

 출간한 지 한 달도 안 된 따끈따끈한 신작이다. 그래서 이벤트도 하나보다. 그림책을 사면 바나나우유 비누통을 준단다.


아~ 지르고 싶다아!


 귀차니즘 때문에 쇼핑을 싫어하는 내가 유일하게 지름신이 내리는 때가 바로 새로 나온 책을 봤을 때다. 콧구멍을 벌렁벌렁 거리면서 살까 말까 살까 말까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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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바나나우유의 시원한 맛보다 뜨거운 탕의 시원한 맛을 즐기는 나이가 되었다. 동네 목욕탕은 거의 사라져 뜨거운 탕의 시원한 맛을 즐기러 가끔 온천에 간다. 어릴 때 살던 동네에 그림책에 나오는 것처럼 빨간 벽돌로 지은 건물에 목욕탕이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다음 그림책은 사라지고 없는 그리운 것들에 대한 걸 만들어 봐야겠다. 다음 그림책을 만들 때는 어떤 그림을 그려볼까?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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