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0일 주제 - 떡볶이
며칠 전 동네에 분식집이 새로 문을 열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바로 옆이라 학생들이 아주 신나겠구나 싶었다. 아주 옛날 분식집 느낌이 나도록 복고풍으로 인테리어를 했는데 추억이 방울방울 진짜 안 들어가 볼 수 없다. 분식집 간판도, 문도, 메뉴판도 온통 옛날 분식집 느낌이 나도록 꾸며놨다. 살 좀 빼보겠다고 동네 친구랑 공원으로 운동을 하러 가다가 분식집 인테리어에 끌려 입장해버리고 말았다. 친구가 떡볶이며, 순대, 튀김, 꼬마김밥까지 푸짐하게 시켜준다. 살을 빼긴커녕 더 찌겠네라고 푸념을 하면서도 떡볶이를 기다리며 포크를 들고 있는 손이 설렌다. 기다리던 떡볶이가 나왔는데 때깔이 요상하다. 이건 그냥 딱 봐도 맛이 없게 생겼다. 친구랑 동시에 눈이 맞았다.
“이상하지?”
“응.”
“아, 딱 봐도 이상해.”
“그래도 일단 먹어보자.”
“헉!”
“왜?”
“내 평생 먹어 본 떡볶이 중에 제일 맛없어!”
“어쩐지. 왜 아무도 없나 했네.”
“그러게. 애들 다 학원 가있는 시간이라 하나도 없나 했더니.”
인테리어는 성공적인데 맛은 정말 처참한 수준이다. 내가 만들어도 이것보다는 맛있겠다. 분식집에서 나와 친구랑 인테리어가 아깝다며 궁시렁거렸다.
나는 떡볶이를 좋아한다. 떡볶이는 진리고, 언제나 옳다. 떡볶이를 잘하는 집도 몇 집 알고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집은 자양시장에 있는 <소문난 떡볶이>다. 자양 시장 안에만 떡볶이 집에 몇 개나 있다. 그래도 소문난 떡볶이가 제일 맛나다. 우리 집에서 자양시장으로 가려면 강변역에서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강변역 버스정류소에는 떡볶이 포장마차 수십 개가 줄지어 서 있었다. 냄새가 예술이다. 냄새만 맡아도 알 수 있다. 꽤 하는 집들이다. 사람들도 항상 많았다. 그 집들은 모두 철거되었다. 떡볶이를 잘하는 그 아줌마들은 모두 일자리를 잃었다. 모두 어떻게 살고 계실까? 아줌마들의 떡볶이 만드는 기술들은 모두 사라지게 되는 걸까? 안타깝다. 떡볶이에 대한 사라지는 것들을 잘 기록한 그림책이 나왔다.
농촌 사회학 연구자인 정은정 작가의 책이다. <떡볶이는 언제나 옳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우리 집 앞에 새로운 분식집 떡볶이를 먹어보기 전까지. 떡볶이는 언제나 옳지는 않다. 잘 만들어야 옳다. 오늘은 떡볶이를 잘 만들어 먹어봐야겠다. 벌써 입 안에 군침이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