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주제 - 1
나는 항상 1번이었다. 키번호 1번.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키번호 1번을 놓쳐본 적이 없다.
초등학교 입학 때는 100센티미터를 겨우 넘겨 입학을 했고,
중학교 입학 때는 130센티미터를 겨우 넘겨 입학을 했다.
중학생인데 체중이 30킬로도 넘지 않았다.
작고 빼빼 마른 아이.
전교에서 가장 작은 아이.
그래서 사람들은 항상 나를 ‘그 작은 애’로 지칭했다.
나를 모르는 사람도, 내가 모르는 사람도 ‘그 작은 애’ 하면 그게 나인줄 단박에 알아들었다.
너무 작아서, 작은 것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것은 유쾌한 경험이 아니었다.
특히나 한참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시절엔 더욱이나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아이도, 내가 좋아하는 성당 오빠도 나를 귀여워했다.
귀여워만 했다. 귀엽다고 머리를 쓰다듬고, 손을 잡고, 안아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가 나를 여자가 아닌 동생 취급을 하는 게 그 나이에는 꽤나 불쾌했다.
중학생이 되어서도 그러했다. 심지어 학교 선생님들까지 귀엽다며 수업시간에 나를 무릎에 앉히고 수업을 했다.
웃는 아이들도 있었고, 질투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게 무엇이든 나는 괴로웠다.
책 ‘작은 소녀’를 읽으면 어린 시절의 일들이 또렷하게 기억난다.
나는 그리 유쾌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비슷한 경험을 저렇게 예쁜 말과 예쁜 그림으로 담아낼 수 있다는 것에 놀라며 보았다.
작아도 좋은 점이 있다는 친구들의 위로와 작아도 좋은 점을 찾으려는 작은 소녀를 보며 늦었지만 나도 닮아볼까 싶다.
그렇게 긍정적이고 예쁘게 1월 1일을 시작해 본다.
힘을 내자. 만년 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