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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샘 Jan 06. 2025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오해

1월 5일 주제 - 사소함

 관계는 사소한 일로 깨지기 쉽다. 사소한 오해가 다른 사건을 불러일으키고 그렇게 모인 사건들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관계를 와장창 깨지게 만든다. 그래서 관계를 만드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고 힘들다. 요즈음 나의 두통을 불러일으키는, 그야말로 골치 아픈 관계가 있다. 내 아이 친구의 엄마이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식에서 이 엄마를 처음 보았다. 날씬한 몸매를 가진 세련된 엄마였다. 1학년 같은 반 아이들이 역사체험 모임을 한다고 하여 팀을 구성하면서 이 엄마와 더 친해지게 되었다. 아이들은 잘 어울렸고 이 엄마와 친해지면서 내가 논술교사라는 걸 알게 되니 자신의 아이도 나에게 맡겼다. 실수였다. 차라리 그냥 동네 엄마로만 알고 지냈다면 그저 그런 가벼운 관계로 항상 웃으면서 볼 수 있었을 텐데.... 내가 아이 친구 엄마이자, 동갑내기 친구이자, 아이들의 선생님이 된.. 하.. 왜 관계를 이중 삼중으로 만들었을까? 지금 생각해도 골치가 아프다.

 그냥 내 아이의 친구 엄마로만 만났다면 그저 똘똘하고 문제없는 아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그 엄마를 동갑내기 친구로만 만났다면 해맑은 아이 자랑에 사심 없이 손뼉 쳐 줄 수 있었을 텐데... 교사의 눈으로 본 아이는 문제가 있었고, 그 엄마는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교사가 아이의 문제를 학부모에게 말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정말 웬만한 일이 아니고서야 교사들도 엄마들에게 아이의 문제를 말하지 않는다. 특히 사교육을 시키는 학원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 어려운 일을 해봐야 교사 자신에게 도움 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 역시 아이의 문제를 전달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아이를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 그래서 했다.

 그 엄마는 당연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자존심 상해하면서 자신의 아이가 다른 곳에서 얼마나 인정받는지 나에게 어필하려고 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새는 바가지가 저기로 간다고 새지 않을 리가 없다. 그 아이는 내 아이와 중복되는 학원이 많았고, 사람들은 정작 당사자에게는 말하지 못하면서  나에게는 미주알고주알 다 알려주었다. 내가 전달하길 바랐을까? 그런데 내가 말한다고 알아들을 엄마가 아니었다. 오히려 자존심 상해하면서 내 아이를 깎아내리기 시작했다. 별다른 수가 없던 나는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서로 상처받지 않으면서 그럭저럭 문제없이 잘 지낼 수 있는 딱 그만큼의 거리를 두었다. 하지만 모두 예상하듯 그렇게 한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그 아이의 문제가 터졌다.

 그리고 그 엄마는 날마다 나에게 전화를 한다. 자신의 아이와 자신은 잘못이 없고, 억울하고, 세상은 모두 잘못되었다고 늘어진 하소연을 한다. 피곤하다. 적당히 들어주며 쓴소리를 하면 당연히 삼키지 못한다. 만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아침부터 톡이며 전화며 줄기차게 연락을 한다. 결국은 참다못한 내가 만나고 싶지 않다고 나를 만나면 내가 당신을 울릴 것 같다고 했다. 그랬더니 더 만나야겠단다. 관계를 시작하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만나서 대차게 쓴소리를 하고 그 엄마를 울려도 되는 걸까?


 나는 사소한 사건이 쌓여 관계를 깨뜨리게 된 상황에 머리 아파하고 있지만, 사소한 사건이 관계를 만들기도 한다. 내가 소개하고 싶은 책 <친구를 사귀는 아주 특별한 방법>이 그런 이야기다. 갑자기 먼 곳으로 이사를 가 순식간에 환경이 바뀐 아이에게 벌어지는 사건이 꽤 흥미롭다. 나는 친구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골칫거리지만, 이 아이는 이제 친구가 없다는 사실이 골칫거리다. 아이의 엄마는 산책이라도 하고 오라고 한다. 아이는 ‘네, 엄마는 그냥 걷기만 해도 금방 새 친구를 사귀니까요’라고 답한다. 빈정거림의 고수이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마을에서 새 친구를 사귈 게 큰 걱정이었던 이 아이에게 상상도 못 했던 사건이 벌어진다. 물론 정말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수업 시간에 이 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은 정말 이 사건에 푹 빠져 이야기를 듣는다. 그만큼 흥미로운 사건이다. 아이가 친구를 사귀었을까? 당연하다. 어떻게 사귀었는지 알고 싶다면 꼭 한 번 읽어보라.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얘야, 친구는 사귀는 것보다 그 관계를 유지하는 게 더 어렵더구나. 좋은 친구들과 오래오래 좋은 관계로 남길 바란다.”


하... 그나저나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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