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샘 Jan 06. 2025

우리 주변 나무의 이름이 알고 싶다면

1월 4일 주제 - 나무

 우리 엄마 아빠는 첩첩산중 두메산골, 그야말로 시골 깡촌에서 나고 자랐다. 가장 가까운 소학교에 가려면 산을 세 개는 넘어야 한다고 했다. 그나마 가난 때문에 갈 수 없었다고 한다. 엄마는 외할아버지의 불호령에 맞춰 논으로 밭으로 농사를 지으러 다녀야 하는 농사꾼의 딸이었다. 아빠는 바람나 집을 나가버린 할아버지 대신 산에 가서 나무라도 해다 팔아 가족들 끼니를 잇게 해줘야 하는 소년 가장 나무꾼이었다. 그래서 ‘우린 아무것도 모른다. 무식한 우리 대신 너라도 열심히 공부하라’고 하셨다. 아무것도 모른다던 엄마, 아빠는 신기할 만큼 나무, 꽃, 풀에 대해 잘 아셨다. 책에도 나오지 않을 이름부터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 어디에 어떻게 쓰는 건지, 언제 피고 지는지 귀신같이 아셨다. 그런 엄마 아빠가 나에겐 신기하고 멋져 보였다. 산에 들에 놀러 가서 ‘엄마 저건 이름이 뭐야?’ 하고 물으면 대답이 척척 나오고, ‘아빠, 저걸론 뭘 할 수 있어?’ 그러면 대답이 척척 나왔다. 나름 대학까지 나오며 열심히 공부한 나는 아이가 올림픽 공원에 가서 나무 이름을 물어도 늘 대답은 한결같다.

“엄마도 몰라. “

모르는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아 서점에서 책을 한 권 구매했다.


<알면서도 모르는 나무 이야기>


우리 산하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나무들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꽤 재미있게 보았다. 그리고 아이의 비염을 치료하러 동네 이비인후과에 갔다가 더 재미있는 책도 발견했다.


<꽃가루 알레르기 도감>


알렌정 이비인후과의 원장인 서정혁 의사 아저씨가 비염이나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우리 근처에서 볼 수 있는 나무와 꽃에 대해 알려준 책이다. 병원에서 꽃가루 알레르기 검사를 시행하는 식물과 그 꽃의 모습을 포함하여 식물의 형태적 특징도 알려주고 나무와 꽃을 직접 촬영한 사진도 다양하게 있다. 의사 아저씨가 취미로 사진을 배워 산으로 공원으로 다니면서 직접 찍은 사진이라고 한다. 두껍고 비싸고 흥미롭다. 그래서 병원에 갈 때마다 보고 있다.


저런 책을 읽어도 내가 직접 체험한 것은 아니라 우리 엄마, 아빠처럼 대답이 척척 나오진 않는다. 그래도 내 자식에게 필요한 것이 생기면 책을 사서 공부하여 바로 알려줄 수 있다. 제대로 학교 한 번을 다녀보지 못한 나의 부모는 나를 키우다 생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그분들이 어떻게 그 고난의 길을 버티고 걸어왔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지만, 어쨌든 나는 잘 자라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나를 키워 주신, 나무처럼 든든한 부모님께 새삼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오늘은 오랜만에 전화라도 드려봐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