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일 주제 - 태양
새해 첫 아침. 아이가 울먹울먹 한 소리로 깨운다.
“엄마, 나 아파...”
“아..어디가?”
“콜록콜록. 온몸이.. 아파. 콜록. 온몸의 근육이 아파. 콜록콜록.”
이마를 만져보니 체온계를 찾을 필요도 없다. 고열이다. 서둘러 병원에 갔는데 대기 번호 40번. 2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아이는 구토를 세 번이나 했다. a형 독감이란다. 집에 와서도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 시원하고 달콤한 수박이 먹고 싶단다. 이 한겨울에 어디서 수박을 찾냐. 또 있다한들 얼마나 비쌀 것이냐. 요즘 물가는 나 하나만 죽이는 살인 물가 정도가 아니라 온 세상 사람들 다 죽일 것 같은 핵폭탄급 물가이다. 앞으로 한겨울은커녕 한여름에도 수박을 사 먹지 못할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새해 두 번째 아침. 새해가 밝았는데 올해는 어쩐 일인지 학교들이 방학도 안 한다. 아이가 아파 등교를 못 하겠다고 선생님께 문자를 보내놓고 어제보다 더 뜨거운 아이에게 약을 먹여 다시 재웠다. 두 번째 아침의 글쓰기 주제를 카톡의 빨간 알림이 알려준다. 태양. 아이가 먹고 싶다는 수박과 함께 연상되는 책이 있다.
<태양왕 수바>
태양 왕수박이 아니다. 태양왕 수바. 태양을 지키는 용이다. 귀가 어두운 할머니가 사투리를 쓰며 사건을 해결하는 상황들이 참 재미있다. 몸이 뒤집혀 버둥거리는 태양왕 수바를 보며 돼지냐고 하는 장면에서부터 나도 모르게 실실 웃음이 나오다가 장면장면마다 빵빵 터지며 재밌게 봤던 그림책이다. 아파서 우울한 아이에게 수박 한 통 사줄 수 없는 가난한 어미는 아이에게 태양왕 수바 이야기나 들려줘야겠다. 태양을 비추어 생명을 지킨다는 태양왕 수바가 우리 아이의 열도 가지고 가주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