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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 Jan 19. 2019

리뷰) 스카이 캐슬 1

욕망. 욕망을 어떤 강력한 감정의 근원이라고 보자면 누군가 어떤 것을 '욕망'한다고 할 때 그 욕망은 멈출 수 있는 자기통제력을 상실한 상태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도 왜 그것을 쫓는지 모르나 낮이고 밤이고 24시간 자신의 행동 기저에 그 욕망이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경우. 떨쳐낼 수 없는 생각, 도로 돌아와서 같은 행동이 반복되는 형태.


브레이크 없는 이 욕망의 실현은 정교한 자기합리화가 가능한 총명한 두뇌를 가지거나 유무형의 거래를 제시하며 타인에게 설득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에게서 성공률이 높은 편이다.


이들의 욕망은 겉으로 드러나기에 그럴듯하고 천박해보이지 않으며 엄연한 자기 이익과 영향력을 계산한 행동임에도 조직사회의 공리와 원칙을 실현했다는 썰로 사람들을 현혹하고 동조시키고 때론 자신들의 성공사례를 추종하도록 교묘히 조장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스카이 캐슬>은 욕망이 성공적으로 실현되고 있는 한국의 엘리트 전문직의 자녀교육 세태를 꼬집고 있다. 몇억대의 코디 비용, 시험지 유출과 같은 부정부패는 새삼스럽지 않다.

하지만 그들이 자신들의 욕망과 특권의식을 어떻게 대물림하는가 하는 점을 막상 눈으로 보면 과연 '그들'이라고 칭할만 한가, 나는 이 사회에서 소위 살아남아 의식주를 차지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살아왔는가, 하는 자기반성을 하게 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돼 온 걸까. 드라마는 그 기원을 손쉽게 엄마로 지목한다. 엄마와 탯줄로 연결된 순간부터 엄마의 자기보호 본능, 엄마의 상승욕, 엄마의 욕망이 대물림된다.

근면과 자연친화적 생활로써 윤리와 철학을 삶으로 체득하지 못한 엄마는,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며 남편과 아이들을 지키는 사람으로 소명을 부여받는 순간 자신을 둘러싼 크고 작은 커뮤니티에서 자의든 타의든 전사처럼 칼과 방패를 들게 된다.


오합지졸처럼 훈련되지 않은 병사는 처음엔 생존이라는 본능 하나만을 붙들고 무참한 살육을 거듭하지만, 점차 전장의 전략이란 것을 자신도 모르게 터득하게 된다.


상대의 단점과 허점을 파악하고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찌르는 엄마의 냉혹함을 자식들은 보고 자란다.

살아 남으려면...

눈앞의 하나의 경쟁자부터, 나의 자존심에 해가 되는 이들을 제압해 간다, 그리고 그에 대해 어떠한 죄의식도 뒤돌아봄도 허용치 않는다, 싸움의 판이 커지면 이웃과 공동의 목표를 설정해 대열을 만들어 함께 밀어붙인다, 적을 고립시키고 죽인 후엔 반드시 무리에서 우두머리가 되어 전공을 차지한다.


그리고 자식이 그 생존의 본능기술을 습득한 순간 엄마는 뒷방으로 물러서고 자식은 그 미흡한 기술을 평생 괴로워하며 복제된 자신과 같은 엄마에게 '이 모든 것이 엄마탓'이라며 소심한 자기복수로 생의 허무를 느낀다.


결국은  욕망의 실현, 목적의 달성을 위해 '이 모든 것을 감수하겠다'며 영혼거래를 한 사람들은 자기 인생이 패배한 것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고통을 끌어안는다.


욕망에 끌려가는 자신에게 브레이크를 걸 순 없었을까. 이웃으로 친구로 사건의 관계자로 마주하는 사람들 중에 우리에게 '스톱'을 외치는 이들은 분명 있다. 타인의 자존심을 건드려 자신이 우위에 있음을 드러내는 일, 자신의 자존심을 건드렸다고 험담과 배제로 상대를 굴복시키려는 일, 그러면서도 그 모든 일은 가족 혹은 자식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포장하는 일.

그것이 옳지 않은 일임을 누군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누군가가 상처받았잖아요, 라고... 그래서 내가 필요불가결한 생존을 위해 분투하면서도 이게 맞나, 라는 잦은 성찰과 누군가 나로 인해 내 자식으로 인해 상처받진 않았나 하는 공감의 촉을 늘 살려두는 것만이 현재로선 사회 속에서 윤리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용서와 이해, 관용을 역설하는 많은 철학자들이 당대에 마녀사냥이나 집단주의, 인간소외 같은 인간 본성의 잔인함을 목격한 트라우마가 있었다는 점을 떠올려 봐도.


스카이 캐슬. 서울대 의대 입학이라는 현실 이슈를 차용했을뿐 그 기원을 엄마라고 특정했을뿐, 이기로 점철된 인간 본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 인간의 특정한 악이 아닌, 개개인의 단면인 이기성이 모여 그래도 되는 허용의 틀을 넓혀 묵인하는 구조. 그 섬뜩한 구조에 대한 고발이다. 그리고 내 이야기는, 내 자식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외면하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무엇보다 이 현실을 고발하는 극중 우주 엄마(이태란)도 스카이 캐슬의 비극을 벗어나긴 어렵다. 우리는 이 성 안팎에서 '다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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