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야매라구소스
우리에게 불금의 밤은 파스타 나잇이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 어릴 때부터 자주 만들어 먹기도 했고 이탈리아에 가면 거뜬히 일주일 정도는 계속 먹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남편과 나도 이탈리아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라 파스타는 우리 집에선 이제 집밥의 영역에 들어간 메뉴 같다.
게다가 파스타는 조리법이 단순한 요리다.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면이 삶아지는 7~8분 동안 있는 재료를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과 마늘에 볶다 마지막에 2~3분 잘 섞어주면 되는 한 그릇 요리니까. 한식에 비해 요리 과정이 간단하니 남는 시간에 치즈나 토마토를 곁들인 샐러드나 에어 프라이어기에 고기류나 해산물류를 동시에 준비해 와인과 함께 내면 금세 풍성하고도 특별한 식탁이 완성된다.
본격적으로 금요일 밤마다 파스타를 먹기 시작한 지는 5년 정도 된 것 같다. 대단한 게 아니라도 우리 가족만의 전통이 있으면 했다. 아이가 성인이 되어 유년 시절을 돌아보았을 때 우리 가족은 금요일 밤이면 다 같이 둘러앉아 파스타를 먹곤 했지 라고 미소 지으며 떠올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았다. 다양하고 새로운 자극도 좋지만 반복되는 일상의 틈에도 작고 소소한 행복 기억 조각들을 끼워넣기 바랬다.
다시 파스타로 돌아와서 우리는 크림보다는 오일이나 토마토 파스타를 좋아한다. 주로 간단하게 즉석에서 마늘, 새우, 토마토 슬라이스만을 이용해서 새우 토마토 파스타를 만들거나 바지락이 싱싱할 때는 봉골레 파스타를 해 먹는데 가끔 여유가 되는 전 날 목요일 오후엔 토마토소스를 만들어 두기도 한다. 오늘은 볼로네제 파스타나 라자냐를 만들 수 있는 야매 라구 소스를 한번 만들어볼까?
사실 라구 소스를 제대로 만들자면 시간과 노력이 제법 든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도 시판용 소스 한 병과 홀토마토 한 캔을 활용하여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보려 한다. 선호하는 건 데체코 나폴레타나 파스타 소스. 그동안 여러 브랜드를 비교해 봤는데 이 제품이 가장 다른 첨가물 없이 토마토와 바질 본연의 맛이 났다. 꼭 파스타 소스가 아니어도 가성비 좋은 데체코 제품들을 좋아하는데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생면 파스타랑은 비교할 수 없겠지만 데체코 엑스트라 버진 오일과 파스타면이 있으면 평균 이상의 홈메이드 파스타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다.
400g 파스타 소스 한 병을 기준으로 소고기 돼지고기 다짐을 각각 200g씩, 양파도 한 개 다져 준비한다. 당근 반 개 정도는 식감상 되도록 믹서기 등을 활용해 작게 갈아주는 편이 낫다. 표고나 양송이버섯이 있는 날은 2~3개 정도 함께 다져 넣는다. 여기에 나는 생략하지만 원래 라구 소스에는 샐러리가 들어가니 취향에 따라 넣어봐도 좋겠다.
중약불에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넉넉히 두르고 다진 마늘 1T에 양파를 볶다 고기를 넣고 볶는다. 이때 소금, 후추로 간을 한다. 고기가 어느 정도 익으면 나머지 재료들을 넣어 볶다가 파스타 소스 한 병을 모두 붓고, 다시 그 병에 생수를 채워 동량의 물과 홀토마토 한 캔, 생토마토도 있다면 잘라 함께 넣어준다. 월계수 잎을 두 개 정도 넣고 센 불에서 끓이다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줄여 뭉근히 끓인다. 이때 간을 보고 필요하면 추가 간을 한다. 하지만 시판 소스에 이미 간이 되어 있으므로 너무 짜지지 않게 주의. 20분 정도 끓여주고 불을 끄고 그 상태로 몇 시간 두었다 병에 옮겨 냉장 보관하고 다음 날 덜어 사용하면 된다. 우리 집에선 사용하고 남은 반 정도는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다음에 라나쟈나 파스타용으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이 된다.
기본 시판 소스를 사용하니 실패 확률이 거의 없지만 여기에 팁을 더하자면 면수를 삶을 때 생각보다 넉넉하게 굵은소금을 넣을 것 (1리터에 10g 정도). 괜찮은 후추(개인적으로는 캄폿 후추 추천)와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흔히 파마쟌으로 알려져 있는 치즈)도 하나 즈음 구비해 두면 유용하다. 후추 그라인더와 치즈 그레이터를 활용해 갈아 올려주면 풍미도 모양도 좋아져 음식의 완성도도 한층 업.
다른 날에 비해 금요일 저녁은 메뉴나 상차림도 더 신경을 쓴다. 한 주 애쓴 우리에게 보상을 주는 느낌으로 코스 요리마냥 샐러드나 깔라마리 튀김(한살림 '짭조름하게 튀겨낸 오징어' 추천) 같은 전체요리와 파스타를 메인으로 하고 고기가 있는 날은 곁들이며 되도록 메뉴를 풍성하게 구성한다. 식사는 아이스크림이나 티라미슈처럼(마켓컬리 만세) 달콤한 디저트로 마무리된다. 가지고 있는 가장 괜찮은 접시와 식기를 꺼내고 아주 가끔은 꽃 한 송이나 테이블보를 활용하여 특별한 저녁의 기분을 한껏 내보는 거다.
그래서 그런지 매주 먹는 파스타인데도 여전히 금요일이 되면 오늘은 무슨 파스타야 기대에 가득 차 묻는 아이의 얼굴이 밝다. 그 얼굴을 가만 보니 조금 더 어렸을 때 아이가 좋아하던 책 캐릭터 올리비아처럼 파스타를 호로록 먹는 흉내를 연신 내어 모두가 깔깔 웃었던 순간이 겹쳐진다. 십 대가 된 아이는 더 이상 그런 사랑스러움은 선물하지 않지만 여전히 엄마 파스타가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세워준다. 이렇게 엄마에게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주는 시간은 또 얼마나 빨리 지나갈까를 상상하면 새삼 이 순간이 더 소중하다.
우리는 와인 한 잔씩, 아이는 아이스 매실차를 들고 경쾌하게 짠 외치고 이번 한 주도 수고했어요 라는 말을 서로에게 잊지 않으며 다 함께 잔을 부딪힌다. 이번 한 주도 기쁘고 슬프고 화나고 행복했던 일들 모두 잘 보내고 오늘 이 자리에 함께 앉아 있음에 감사하면서, cheers! 금요일 밤에 이렇게 둘러앉아 파스타 한 그릇 나눠 먹을 수 있으면 충분히 괜찮은 거니까 또, che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