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기의 기술

by againJ

종이 신문을 읽기 시작한 지 몇 달 되었다. 사실 어린이 신문 덕에 공짜로 넣어주겠다고 해서 받아보게 된건데 포털 기사를 읽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온갖 정보의 파도를 서핑 하는 대신 커피를 마시는 동안 한결 정제된 종이 위 글자들로 차분하게 하루를 시작한다는 이 느낌은 순전히 나의 허세요, 기분 탓이려나?


여하튼 이번 주 화요일 아침 신문에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쓴 칼럼을 읽었다. 때로는 극복보다 버티기가 낫다는 글이었다. 극복이란 자세는 훌륭하지만 마음의 상처가 아무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요지였다. 그래, 맞네! 버티기가 어때서? 칼럼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지만 이번 주는 수련하는 동안 버티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우선 월요일 힐랙스 중 플랭크 자세를 유독 많이 수련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버텨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배에 힘을 단단히 주고 등부터 발끝까지 일직선이 되게 버텨야 하는 이 자세는 늘 극기훈련을 받는 기분이다. 특히 기존 플랭크 자세에서 팔을 다시 반 즈음 더 구부리고 버티거나 사이드 플랭크에서 윗 다리를 다시 들어 올리는 변형 자세에 들어가니 몸이 마구 흔들렸다. 버텨야 한다, 버텨야 해 하는 심정으로 턱을 꽉 깨물며 오만상을 써댔다.


화요일 빈야사도 마찬가지. 거꾸로 섰을 때 흔들림에 극도의 공포를 느끼는 나에겐 양손을 벌려 받쳐 들고 거꾸로 서는 하스타 시르사 아사나가 깍지를 껴 머리를 받치는 살람바 시르사 아사나보다 더 불안하게 느껴진다. 부동의 자세까지 가고자 하면 버텨줘야 하는데 조금만 다리를 띄워 양팔과 머리로 받쳐보고자 하면 아찔한 공포감에 금세 주저앉아 버렸다. 한 팔로 버티면서 몸을 완전히 뒤로 주욱 뻗어주는 와일드씽(wild thing)도 버티는 팔이 후들후들하고 자칫 몸이 그대로 넘어갈 것 같았다.


목요일 하타는 고관절을 한쪽씩 완전히 스트레칭해주는 로우 런지 자세에서 후굴로 넘어가거나 엉덩이는 바짝 든 상태에서 가슴과 턱만 땅에 닿게 하는 고양이 등 펴기 자세 혹은 의자 자세인 웃카타 아사나에서 모두 상체 스트레칭을 하는 게 벅찼다. 나의 상체는 어쩜 이렇게 힘이 부족하고 어깨가 말려 있단 말인가! 두 팔을 높이 들어 붙인 상태에서 두 팔을 귀 뒤로 밀어내는 게 왜 이리 힘든지!


버티기는 왜 이렇게 어려울까? 당연히 힘 부족이다. 특히 내가 약한 부위는 버티기에 들어가면 대번 티가 난다. 평소에 알고 있었지만 오래 버텨야 할수록 급격히 무너지는 나 자신을 직면해야 하는 괴로움이란.....


그래서 어쩌면 버티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심리적인 게 아닐까 싶다. 버티는 자세는 대체로 전혀 우아하지 못하다. 버티기를 하자면 무의식적으로 얼굴은 찡그려지고 팔다리는 후들거리고 땀은 계속 흐르고 머리는 산발이 된다. 그리고 까딱하다가는 무너진다. 그래서 스스로 중도 포기하는 것이다. 소득도 없이 망가지는 내 꼴을 보고 싶지 않아서.


하지만 버텨야 한다. 버티지 못하면 다음도 없기 때문이다. 지금 내 몰골은 우습지만 팔은 후들거리고 오만상을 쓰면서도 이 과정을 겪어 내야 이 다음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버티면서 사는 삶은 왠지 별로였다. 즐기다 보니 성공했다는 성공 신화들을 매일같이 접하는 이 시대에 혼자 매순간 흔들리며 버티는 건 어딘가 낙오자가 된 것 같잖아?


버티는 시간을 버티기.

버티는 건 잘못이 아니니까.

버티는 시간을 줘보자, 나 자신에게.


버티기의 기술을 조금씩 습득해 가고 있는 오늘도 나마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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