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원을 가려면 지어진지 40년도 넘은 오래된 아파트 단지를 통과해야 한다. 걷는 시간은 십분 남짓.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오랜 세월만큼 풍성해진 수목들 사이를 걸으며 5월의 주인공은 본인인 걸 아는 듯 탐스럽게 핀 빨간 장미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몇 달 전 파릇하게 올라왔던 새순들은 점점 싱그럽게 짙어지고 얼굴로는 적당히 선선한 아침 바람을, 등으로는 제법 뜨끈한 햇볕을 쬐는 이 계절과 이 시간이 새삼 사랑스럽다 느껴진다.
요 며칠은 사실 모든 것이 좋다. 그동안 못 잔 잠을 보상이라도 하듯 아이가 잠들고 밤 11시가 넘어가면 나 역시 잠시 텔레비전 보는 게 어려울 정도로 졸음이 쏟아진다. 12시 전에 잠들고 깨지 않고 7시 전후로 해서 일어난다. 이렇게 좋은 아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느님. 진심으로 기쁜 마음이 되어 성호경을 긋고 간단한 기도를 올린 후 스트레칭을 하고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이 일과에 만족한다.
빠르게 컨디션이 회복되고 있고 수련을 하면서도 몸이 가볍고 에너지도 충분한 느낌이지만 절대 무리하진 않는다. 당분간은 주 3회만 수련하고 수련 중에도 시르사 아사나나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처럼 머리를 압박하는 자세는 생략하거나 컨디션을 체크하는 정도로만 해나갈 생각. 오래 수련을 하는 게 목표이므로 아사나의 완성보다는 그날 호흡과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불과 열흘 전엔 이 불면과 이명이 영원히 끝나지 않으면 어쩌지 하루 종일 불안에 허덕였는데 비교 체험 극과 극 수준의 기분과 상태가 되었다. 잘 자는 일이 이렇게 귀한 것이었다는 걸 깨닫고 나니 푹 자고 일어난 하루를 귀하게 여길 줄 알게 되었다. 여전히 신경 쓰거나 순간 짜증이나 화가 나는 일도 있지만 밤이면 그래도 이렇게 다시 누워 잠을 청할 수 있다면 그 문제는 내일 해결해 보면 되지 하는 너그러운 마음을 갖게 된다.
또 하나, 5월의 이 아름다운 날씨도 한몫했을 터. 요가원을 매일 갈 수 없기도 하거니와 실내에만 있기엔 아까운 날들이라 밖에서 틈나는 대로 많이 걸었다. 원래도 녹색을 좋아하지만 특히 5월의 초록은 가장 아름다운 녹색빛이 아닐까. 연두와 짙은 녹색의 중간 즈음의 색들이 반짝반짝 빛나는데 너무 어리지도 원숙하지도 않은 꼭 예쁜 십 대의 모습 같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니 예쁜 초록을 보려고 가까운 공원과 동네를 누비거나 주말이면 무작정 조금 멀리 나가 자리를 깔고 이 계절을 만끽해 본다. 계절의 여왕, 5월. 여왕의 시간이 부디 오래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