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많은 여름이"에서 한 문장
에티켓 이론이야. 통조림에 대해 말할 때 우리는 사실 겉에 붙은 라벨에 대해 말하고 있는 거야. 누군가에 대해 말할 때도 그의 본성이 아니라, 드러난 태도에 대해 말하는 것처럼, 과거는 밀봉된 채 선반 위에 올려놓은 통조림과 같아. 그래서 우리는 라벨만 보며 얘기하는 거지. 하지만 거기 통조림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는 아무도 몰라.
책 '너무나 많은 여름이" 79p
편의점에서 통조림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라벨에 어떤 통조림인지 확인하는 것부터다. 그리고 열어보지 않아도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고 구입한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통조림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는 아무도 몰라'라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통조림 라벨을 보고 그 통조림이 어떤 통조림인지는 알 수 있지만, 그 통조림의 내용물의 과거까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거가 그것의 진짜 모습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현재의 통조림상태에서는 라벨에 붙어 있는 현재의 모습만 알뿐이다. 통조림 안에 과일도, 혹은 생선도 그 나름대로의 찬란한 삶이 존재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어떤가? 한 사람에 대해 너무 쉽게 판단을 내리지 않는가? 현재의 그의 모습을 겉으로 보고 내리는 판단은 과연 진정한 그 사람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가? 누군가를 깊이 알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통조림 안에 있는 그 내용물의 진짜 모습을 만나는 과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