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왈왈 아파트 관리사무실입니다.
올해는 8월이 지나 9월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30도를 넘는 날씨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를 느끼는 시기였다. 그래도 저녁때가 되면 선선한 바람이 가끔 불어오곤 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실은 저녁시간이 되면 퇴근하고 관리실을 찾는 입주민과 전화를 민원을 요청하는 입주민으로 인해 조금 분주하다. 낮시간에는 직원들이 다 상주해 있기 때문에 업무처리가 수월하지만 6시 이후로는 당직자 1명 또는 2명 있기 때문에 민원 대응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오늘도 평소와 비슷하게 커뮤니티센터 헬스장 연장을 위해 찾아온 입주민 몇 명이 왔다가 갔다.
전화가 온 시간은 저녁 10시가 넘어서였다. 사실 10시 이후로 오는 전화는 아주 급한 전화이거나, 악성민원인 경우가 많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네 관리사무실입니다."
"아 여기 OOO동 1라인 엘리베이터인데요. 누가 오줌을 싸놓았는데 얼마 안 된 것 같아요. 냄새가 진동합니다. 빨리 청소 부탁드립니다."
"네 우선 알겠습니다. 저희가 확인해 보고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방금 전에 타신 분이 그런 것 같은데 CCTV 확인해 보세요. 몰상식하게 엘리베이터에서 이런 짓을 하는 걸까요"
"네~ 빨리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김반장은 오주임에게 이사실을 알렸다.
"주임님 누가 엘리베이터 안에다가 오줌을 싸놓고 갔다고 하네요"
"엘리베이터가 화장실도 아니고 왜 거기에다 그러는지 모르겠어. 오줌은 양반이네 어떤 인간들은 똥도 싸"
"설마요 엘리베이터가 사람들이 언제 탈지 모르는데 똥을 싼다고요..“
"술 먹고 토하는 건 그냥 보통일이고, 오줌 싸고 똥 싸는 인간들도 있다고, 내가 가볼 테니까 김반장님은 CCTV 확인해 보세요"
오주임은 이렇게 말하고 청소도구를 챙겨 OOO동 엘리베이터로 갔다.
김반장을 CCTV앞에 앉아 검색을 했다. 김반장을 검색을 하면서 정말 오줌을 싸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지하 1층에서 탄 입주민이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바지를 내리고 바로 주저앉았다가 12층에서 문이 열리니까 바지를 올리고 유유자적 걸어 나갔다. 김반장은 어이가 없었다. 오주임에게 전화를 걸어서 상황을 설명했다.
"주임님 CCTV 보니까 어떤 여자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오줌을 싸고 가는 것 같아요. CCTV 사각지역이라서 잘 보이지는 않는데.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바지를 내리는 것이 보여요. 그리고 올라가는 동안 오줌이 흘러나오는 것도 보이네요."
"엘리베이터 안에 오줌을 싸 놨는데 지금 대충 닦고 있어요. 내일 미화여사님들께 말해서 한 번 더 청소해야 할 것 같아요. 빨리 청소하고 갈게요"
지금은 2025년이다. 해방 이후 눈부신 발전을 통해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가 되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체제를 확립한 몇 안 되는 나라라는 말도 미디어 및 SNS를 통해 종종 접할 수 있다. 거리에는 수많은 아파트가 들어서 있고, 아파트에 사는 것이 아주 익숙한, 당연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내가 어느 지역 어떤 아파트에 살고 있는지에 따라 입주민들의 자부심도 드러난다.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왈왈 아파트도 신도시에 꽤 비싼 아파트다.
하지만 스스로 잘나보이는 아파트에 살면서도 여전히 문화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부가 인격을 담보하지 않는다. 한국은 성숙한 나라가 되어 세계에 한국문화, K컬처를 전파하는 나라임에도 그 정도의 성숙함을 지니지 못한 입주민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