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그리기 자랑

자신감을 가지게 한 뜻밖의 발견

by Peter Choi

중학교 때 음악의 이론을 몰라 전반적으로 음악 성적은 형편없었지만 노래하는 것은 좋았다. 이론과 실기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음악 선생님은 실기시험을 치며 두 명을 칭찬해 주었다. 한 명은 목소리가 굵직하고 힘찼다. 성악을 좀 배운 듯했다. 선생님은 그 친구를 칭찬하시며 100점을 주셨다.


나는 악보도 못 보고 그냥 선생님의 반주를 들으며 귀에 익혀 여러 번 따라 연습했다. 집에 그 흔한 피리조차 없었다. 물론 고등학교 때는 하나 장만해서 만점을 받았었다. 내가 원래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라 부끄러움도 많았지만 이상하게 시험이라 그런지 떨리지는 않았다. "금강에 살어리랏다 금강에 살어리랏다. 운무 데리고 금강에 살어리랏다..." "봄처녀 제 오시네, 새 풀 옷을 입으셨네..." 이 두 곡을 불렀다. 98점을 주셨다. 음악이론이 바닥이었던 나는 너무나 기쁘고 감격했다.


쉬는 시간에는 연습장에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내가 잘 그리는 것은 인물화였다. 교과서에 있는 그림을 그리거나 연예인의 사진을 보며 따라 그리기도 했다. 어느 날 미술 시간이었다. 미술 선생님이 내 그림을 보더니 잘 그렸다고 칭찬해 주었다. 그런데 테두리를 너무 진하게 해서 아쉽다고 피드백도 주셨다. 나는 그 이후 그림을 정말 내가 잘 그리는 줄 알고 틈이 나면 자주 그렸다. 때로는 교과서에 있는 김정희의 추사체 글씨도 따라 그리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내가 계속 미술을 하지 않은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이 분야에 천재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미술은 좀 난해한 영역인 것 같다.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못했는지 기준이 사실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 중학교 3학년 때 고무 판화에 물고기를 새겼다. 어떻게 새기는지 설명도 없었고 나는 그냥 물고기 모양과 비늘을 아주 상세하게 열심히 조각칼로 파냈다. 그냥 숙제하듯이 했다. 솔직히 잘했다는 생각은 하나도 안 했다. 그런데 그 판화에 예쁘게 물감을 칠해 도화지에 찍어 선생님이 전시회에 걸어주신 것이다.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미술 전시회 출품이다. 왜 그러셨는지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고등학교 때는 동판화를 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추상화를 만들어 내라고 하셨다. 아무런 가이드도 없었고 동판을 어떻게 하는지도 잘 몰랐다.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상한 무늬를 마치 피카소 그림처럼 동판을 열심히 문질러서 모양을 내었다. 그리고 제출했다. 만점을 주셨기 때문에 지금도 기억하고 이렇게 글로 자랑하며 적고 있다. 내 마음대로 했는데 만점을 받았기에 지금도 나는 추상화가 무엇인지를 잘 모르겠다. 그냥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그대로 표현해서 사람들이 뭔가 의미를 느끼면 좋은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뿐이다.


이것이 중고등학교 때에 음악과 미술에 대한 나의 경험들이다. 요즈음 아이들은 어떤지 모르겠다. 이런 예체능 과목들이 조금씩 입시에 밀려 사라져 가고 있는 것 같아 조금은 안타깝다. 짧지만 나의 예능 경험은 아직도 아름다운 그림으로 머릿속에 예쁘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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