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미련한 공부법

by Peter Choi

중학교 3학년 때부터였던 것 같다. 원래 시력이 참 좋았었다. 갑자기 안 하던 공부를 하느라 그런지 눈이 조금씩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맨 앞에 앉으면 흑판 글씨를 볼 수 있었기에 중학교 때에는 조금은 불편해도 괜찮았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는 달랐다. 내가 원한다고 해서 앞자리에 앉을 수도 없었다. 눈을 찡그려 가면 어떻게든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려고 했지만 칠판의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 생각하기를 나중에 혼자 책 보고 공부하면 돼 하면서 안경을 쓰지 않고 고등학교 2학년이 되기까지 버티었다.


그런데 사실 나도 안경을 쓰고 싶지 않아서 안 쓴 것이 아니다. 집안이 워낙 가난하다 보니 발등에 불이 떨어지지 않은 것을 아버지께 말씀드리지 않았다. 그래서 참고서를 거의 사지 않은 것 같다. 안경이야 두말할 나위 없었다.


공부를 혼자 열심히 하려고 했다. 수업을 마치면 자율학습 때 쉬지 않고 열심히 공부를 했다. 버스로 통학하는 시간이 한 시간 가량 되었기 때문에 버스 안에서도 열심히 공부했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은 내가 공부를 잘하는 줄 안다. 항상 그렇게 공부했으니까 말이다. 알고 보면 그렇지 않았다. 학교가 약간 수준이 있는 학교이긴 해도 나는 거의 반에서 중간 정도에 머물렀었다.


원인은 안경이었다. 아버지에게 싫은 소리 하기 싫어서 꾹 참았던 것이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 시작될 때까지 버텼다.


지금 생각하니 참 미련했다. 수업을 제대로 들을 수 없으니 공부가 그렇게 비효율적이었다. 열심히 한 만큼 성적을 받지 못했던 것은 이 미안함 때문 있었다. 요즈음도 사실 남에게 아쉬운 부탁을 잘 못한다. 그런 상황이 생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것은 내가 가진 성격이라 어쩔 수가 없다. 그런데 그때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안경을 끼고 수업을 제대로 들었더라면 내 인생이 아마 지금과 많이 달라져 있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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