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공기가 방 안으로 스며든다. 좀 더 자고 싶은 마음은 꿀떡 같지만 조금만 늦어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뻔히 알았기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커다란 다라를 손수레에 싣고 등 끝에 있는 공동 샘에 물을 길으러 달린다. 밤새 추위에 샘이 꽁꽁 얼어붙어있었다. 망치나 도끼로 얼음을 깨고 얼음덩어리를 걷어낸다. 큰 다라에 가득 물을 채워 물이 쏟아지지 않도록 뚜껑을 잘 덮는다.
아무리 뚜껑을 잘 덮어도 수레가 수평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움푹 파인 길을 지날 때 출렁거려 쏟아지므로 평평한 길을 골라가며 거의 달리듯 집으로 향한다. 다라의 물을 퍼서 빈 통에 채운다.
이것이 내가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매일 아침이면 했던 일이다.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아내는 장인어른과 같은 세대의 사람으로 몰아간다. 갑자기 늙었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지만 그래도 이 물 기르기가 나의 육체를 강하게 단련시켰다.
아침을 허겁지겁 잽싸게 먹고 시내로 가는 제일 첫차를 타기 위해 자전거로 달린다. 버스정류소는 초등학교 가까이 삼거리에 있었다. 그곳까지 자전거로 달려야만 했다.
자전거가 오래되어 가끔 체인 링이 벗겨진다. 시커멓게 기름이 묻은 체인을 다시 변속기에 거느라 진땀을 흘린다. 시커먼 기름이 묻은 손은 신경 쓸 겨를도 없다. 4킬로를 이렇게 매일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가서 첫 버스를 탄다. 자전거는 초등학교 앞 자전거 수리점에 세워두었다. 동생들이 학교에 마치고 집에 올 때 타고 왔다.
버스에서 내리면 다시 학교까지 한참을 걸어야 한다. 이렇게 땀을 뻘뻘 흘리며 학교에 도착하면 선도들이 앞에 버티고 있었다. 나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데 지각이다. 더 빨리 올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시내에서 방을 얻어 자취할 수도 없었다.
수업이 시작하는 시간까지는 한 시간 정도 남았지만 아침에 일찍 와서 공부를 시키느라 그렇게 일 학년 때부터 사람을 잡았다. 이렇게 몇 번 걸리니 어쩔 수 없는 것을 알고 학교에서는 통학증을 발급해 주었다.
수업이 끝나면 야간 자율학습이 있었다. 두 시간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안경이 없어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이 시간 혼자서 수업 내용을 이해하려고 끙끙거렸지만 공부는 잘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그래도 감사하게 마을까지 버스가 들어왔다. 원래 하루에 세 번 버스가 들어왔으나 이후에 늦은 시간에도 생겨 그나마 다행이었다.
돌아올 땐 출발 지점의 정거장에서 버스를 탔기에 자리가 항상 있었다. 하지만 여러 정거장을 지나면 버스는 빈틈없이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 숨도 잘 쉴 수 없지만 그래도 그 시간을 그냥 보낼 순 없었다. 주로 그 시간은 영어 단어 외우는 시간이었다.
영어 선생님은 단어를 수업 시간에 불시에 물으셨다. 만일에 틀리면 밖으로 불러내어 발바닥을 몽둥이로 때리 셨다. 이렇게 버스 안에서 매일 규칙적으로 단어를 꾸준히 외우는 바람에 단어 때문에 고생하거나 매를 맞는 일은 없었다.
집에 도착하면 씻고 자기 바쁘다. 또 아침이 밝으면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달려야 한다. 피곤한 몸이라 잠은 이내 들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