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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apeolive Jul 04. 2017

6. 독학 영어로 생방송하게 되기까지

영어듣기와 받아쓰기 1

영어듣기와 받아쓰기 1



* 영어 듣기: 전심을 다해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 그냥 귀에 영어만 틀어 놓는다고 영어가 들리는 것은 아니다.

* 많은 광고 (쉽게 배운다는 영어 광고 포함)에 현혹되지 마라. 모두 다 catch가 있다.

* 쉽게 얻는 것은 쉽게 잃는다. 돈도, 사랑도 그리고 영어도...

* 문법 공부에 대해서는...  


Catch: 속셈

A: Just Sign in! You can get free English lesson thru this website.

(여기 등록해요. 그럼 이 웹사이트 통해서 공짜로 영어 수업 들을 수 있어요)

B: What's the catch?

(속셈이 뭐예요?)

또는

B: (혼자 말로 혹은 옆에 있는 친구에게) There must be a catch! (뭔가 속셈이 있을 거야)

출처: 필자가 그냥 만듬



나의 첫 공보의 발령지, 그리고 나의 제2의 고향이 되어버린 전라남도 영광군 "공립 영광 노인전문 요양병원"에 나는 초대 원장으로 취임을 하게 되었다. 당시 80 병상으로 개원한 이 병원은 지자체의 도움으로 설립된 병원이었다. 출생률의 감소와 노인인구의 증가, 그리고 그로 인해 급격한 노동인구의 감소가 예측되는 가운데 정부의 지원과 지자체의 지원 그리고 민간 기관의 자원으로 노인병원들이 생기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32살의 나이에 처음 원장이라는 직책으로 병원 안에서는 많은 일들, 위기, 시련이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병원 직원분들의 지원과 모 재단인 호연 재단 영광 종합병원의 도움으로 비록 경험이 없고, 어린 초대 원장이었지만, 전국 요양병원 평가에서 최우수 평가를 받게 되었다. 노인병원의 일과는 대학병원 전공의 시절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의 시간적 여유 그리고 마음의 여유가 주어진다. 주로 치매를 포함한 만성 노인성 질환의 환자분들이 대부분이다. 아침 출근 후 회진을 돌고 나면, 그 뒤는 진료실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다. 나의 본격적인 영어 공부의는 바로 그 진료실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전국 공영방송 EBS와 함께 출발하게 되었다.


시골에 원어민 영어 학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입시 학원의 영어 학원은 나의 욕구 충족 및 영어 공부의 목적과 맞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전공의 때 출근 시 라디오로 듣던 교육방송이 생각났다. 그중 첫 번째로는 이보영 선생님이 진행하시던 EBS 장수 프로그램 '모닝스페셜' 이였다. 내가 이를 선택한 이유는 영어교재를 따로 살 필요가 없고, 그날 그날의 내용을 바로 게시판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영어와 함께 우리나라 말로 표현을 설명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http://home.ebs.co.kr/morning/main 

아침 6시에 일어나 출근을 한다. 공보의 배치 직전 짧은 4주간의 군사 훈련이었지만, 그 습관이 아직 몸에 배어 있어서 쉽게 일어날 수 있었다. 전라남도 영광군 단주리의 시원한 깨끗한 자연의 공기를 마시며, 관사 바로 옆에 있는 병원으로 간다. 맛깔난 남도 식단의 따뜻한 아침을 먹고, 고요한 진료실로 가서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을 통해 모닝스페셜을 튼다. 그리고 그날 그날의 새로운 뉴스와 함께 표현을 배운다. 참으로 행복하고 평안한 하루의 시작이다. 그 당시 아침의 평화로움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 추억이다. 그런데 방송을 들으면서 나에게 약간의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다. 오전 8시 정각과 함께 시작된 모닝스페셜의 opening music, 그리고 그 음악과 함께 나오는 진행자의 opening ment들 그리고 본격적인 뉴스로 들어가기 앞서서 진행자들끼리의 영어로의 대화들 (Chit chat)... 전혀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나만 소외된 느낌이 들었다. 나만 그럴까 하는 생각에 게시판을 기웃 거리던 중 오래된 책 속에 수년 전 꼽아놓은 만 원짜리 지폐를 발견한 것 같은 기쁨으로 어느 애청자가 opening ment를 적어 놓은 것이 아닌가! 나는 그 멘트를 보고, 그날의 오프닝 멘트를 듣고 또 듣고 들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게시판에 opening ment의 받아 적기가 매일매일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가 한 번씩 올라오는 것이었다. 프로그램 시작 시 나오는 그날 그날의 새로운 opening ment 들, 그 들 만의 수다 그리고 영어 표현에 대한 설명 중 진행자들끼리 주고받는 간헐적 농담들과 수다, 이런 것들이 점점 나에게 더더욱 영어를 하고자 하는 자극을 던져 주었다. 그리고 "그래 나도 한번 그들의 이야기를 받아 적기 해보자"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나의 받아 적기 방법은 다음과 같다. 이 방법은 지금도 매일 최소 30분에서 1시간 이상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 필자가 영어 라디오를 듣거나 영상 매체를 보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나오면, 사용하는 방법이다.


1) 우선 컴퓨터에 녹음기를 설치한다. 컴퓨터 녹음기는 여러 가지 소프트웨어가 있는데 그중에서 나는 G녹음기를 주로 사용하였다. 지금도 이 G녹음기를 애용한다.

* 지리산 반달 "G" 의 "G"녹음기  ㅎ

2) G녹음기를 이용해서 EBS 및 내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녹음한다.

3) 워드프로세서와 미디어재생기를 같이 실행시킨다.

4) 미디어 재생기를 통해 녹음한 내용을 듣고, 문서로 기록한다.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미디어 재생기의 단축키를 이용하면서 기록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미디어 재생기는 단축키를 제공한다. 그중 내가 많이 사용하는 단축키는 'Space bar'와 '화살표'이다. 우선 Space bar는 '정지'와 '재생'의 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다. 그리고 화살표는 '뒤로 10초 가기(backward)' 혹은 '앞으로 10 초가기(forward)' 가 된다. 이러한 단축키를 이용해서 다음과 같이 받아 적기를 한다. 우선 영어 문장이 나오면, 즉시 space bar를 누른 뒤 재생을 중지시키고 방금 들은 내용을 머릿속에 대되인다. 무엇이었는지 생각하고 그 내용을 받아 적는다. 잘 안 들리면 화살표로 '뒤로 10 초가기'를 누른 뒤 다시 들어본다. 만일 그 내용이 안 들리면, 들릴 때까지 계속 들어 본다. 수십 번 혹은 100번 가까이 들어 본다. 그리고 슬슬 짜증이 난다. 그럼 그냥 내가 들리는 대로 영어로 한번 적어 본다. 예를 들면, '스크럼셔스'라는 말이 들리면, 그냥 들리는 데로 알파벳을 조합하여 skrumcious라고 적는다. 그러면 이 단어는 사전에 없는 단어이기에 한글 워드나 혹은 기타 문서 작업 프로그램에서 자동으로 빨간색으로 밑줄이 그어진다. 그때 우측 마우스를 클릭하거나 혹은 그 단어를 인터넷 포털 (예, daum 사전)로 가서 입력시키면, 그에 가까운 정확한 단어 즉 정확한 단어인 scrumptious를 보여준다. 그러면, 그 단어는 절대 까먹을 수 없다. 수십 번 그 단어를 찾으려 들어 봤고, 그 단어가 어떤 단어인지 문맥을 읽고 고민해보고, 그리고 찾아서 알게 되는 그 단어는 나의 내측두엽(mesial temporal lobe)안에 자리 잡고 있는 해마 안에 신경세포들을 서로 연결하는 충분한 노력과 시간이 들인 결과로 머리에 각인이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 단어의 사용법을 자동으로 알게 되어 이 단어가 형용사인지, 부사인지, 동사인지 바로 알게 된다. 사실 형용사인지 부사인지 동사인지 모른다. 단지 이를 통해 그 단어가 어떻게 사용되고, 문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깨닫게 된다. 이는 마치 악보를 못 보는 연주자가 음악을 듣고, 악기를 연주하는 것과 같다. 참고로 나의 영어 문법은 거의 학점 F라고 평가하고 싶다. 아니, 정정하겠다. 나는 영어문법 공부에 대해서는 반대자이다. 지금도 문법은 모르며, 많은 학원에서 문법 이야기를 하면, 과히 기분이 좋지 않다. 그 이유는 언어라는 것은 대화하고자 하는 상대와 소통의 도구이자 지식 습득으로 사용하기 위한 목적 (나는 이 목적이 바로 영어공부의 정확하고 바른 목적이라고 생각한다.)이기 대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문법공부로 인해 자신의 한 번뿐인 인생의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볼 것, 경험할 것, 배울 것 등이 너무 많다. 그에 비해 우리 인생은 짧다. 우리가 경험하고 배우는 것은 제한되어 있고, 하루라는 시간도 24시간이며, 그 시간에 머릿속에 넣어야 하는 지식도 제한이 있다. 그러기에 문법 공부할 시간에 나 자신을 영어의 듣기와 사용하기에 최대한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시험이나, 점수를 위해 공부해야 하는 사람들을 볼 때 문법을 공부해야 함은 정말 안타깝고, 비생산적인 현실이다. 나 또한 대학입시를 위해 공부를 해야 했었다. 하지만, 나의 브런치 서론에서 이야기했듯이 그동안 영어 교육에 쏟아 버린 시간과 금액은 영어실력의 현실을 볼 때 너무나 큰 낭비였음을 깨닭게 된다. 이에 하루 속이 우리나라 영어 교육이 문법과 그 외 관련된 쓸데없는 헛다리 집기 식의 교육이 아닌 실용적이고 언어의 목적에 맞는 교육이 되길 바라고 소망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gLNEckm37wc


여하간 처음으로 opening ment를 받아 적기로 도전했다. 어려운 단어가 나올 것 같은 두려움은 없었다.  왜냐하면, 앞에서 언급했듯이 우리가 배운 중학교 2학년 영어 수준의 단어면 원어민들과 거의 모든 대화가 가능하고 대부분의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모닝스페셜의 '오프닝 멘트'를 못 받아 쓴다는 것은 "못하는 것"이 안니라, "안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받아 적기를 시작했다. 아침 8시에 방송을 녹음하고, 회진을 돌고 나니 오전 10시 정도가 되었다. 진료실로 들어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아침에 녹음한 모닝스페셜의 오프닝멘트를 받아 적기 시작했다. 아니! 사실 받아 적기가 아니라 계속 들었다. 안 들려서, 듣고, 듣고, 또 들었다. 전혀 이해가 되지 않고, 안 들려서, 또 들었다. 점심을 먹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듣고 또 들었다. 그리고 오후 3시쯤에 되어서 다 받아 적었다. 약 2분 남짓의 오프닝 멘트를 듣고 적는데, 약 4시간 정도가 걸렸다. 바로 그 2분 남짓의 오프닝 멘트 대화를...


받아 적기가 끝나고 난생처음 받아 적은 내용이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 몰랐다. 하지만, 나 자신이 뿌듯했다. 그래서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모닝스페셜 게시판으로 가서, "오프닝 멘트 받아쓰기"라고 글을 올렸다. 2004년 봄 어느 날 나의 받아 쓰기를 이렇게 시작되었다. 많은 분들이 호응과 댓글로 내가 틀리게 들었던 것들을 알게 되었고, 표현에 대해서도 더 정확히 알게 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나의 받아 적기는 날이 갈수록 들리는 것이 많아지고, 이해력도 높아지고 그러면서 '뉴스 section' 까지 받아 적게 되었다. 그리고 진행자들의 잡담까지. 아침 8시에 시작하는 이 프로그램은 당시 8시 25분경 뉴스에 대한 설명이 끝나게 되는데, 처음 받아쓰기 도전에서는 25분 정도를 받아 적는데 약 6시간 정도 걸렸었다. 그 뒤 나의 '모닝스페셜' 받아 적기는 3년간 지속되었으며, 나중에는 그 시간이 2시간 정도 줄어들었다. 안타깝게도 3년간의 받아 적은 기록을 남기고 싶었으나, EBS 모닝스페셜의 역사를 아시는 분들은 아실지 모르겠으나, 이 "모닝스페셜" 프로그램은 EBS 장수 프로그램이자 많은 골수 애청자를 보유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이보영 선생님 이후, 홍주희 선생님, 이정현 선생님, 이현석 선생님 등의 많은 진행자들이 거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고, 또한 익명의 게시판으로 인한 부작용 등으로 홈페이지 개편과 함께 이전 홈페이지 및 데이터가 삭제되어 더 이상 나의 받아 적기를 볼 수 없음에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여하간 이 자리를 빌려 조금이나마 이전의 선생님들 및 원어민 진행자 들 (아이작, 리처드 킴, 메튜, 스티브 헤덜리, 브리아인리, 등) 에게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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