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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apeolive Aug 09. 2017

아버지, 나

그리고 아들





중학교 때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급변하는 근대화 속에서 적응하지 못한 어느 양반의 후손은, 한국 전쟁을 겪으며 또 다른 혼돈의 시기를 보낸다. 전쟁이 끝나고 황폐화된 나라를 조금씩 세워가던 시절  양반을 동경한, 아니 양반의 후손과 가족이 되기를 동경한 어느 부모의 희생양이 된 그들의 딸과 그 양반의 후손은 가정을 꾸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양반을 동경한 가족의 도움을 받아 양반의 후손은 사업을 한다. 하지만, 양반의 후손이라는 그의 자부심은 치열한 경쟁 속의 사회생활에 부적응을 낫고, 그 결과 그가 하던 사업은 실리를 추구하며 자기 몫을 챙기는 사람들의 손에 넘어간다. 그리고 그의 손에 남은 것은 부도 어음과 도피해야 하는 현실이다.


양반의 후손과 양반을 동경한 부모의 희생양이 된 그들의 딸은 3명의 자녀를 양산한다. 그리고 그 자녀들이 국민학생과 중학생이 되던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체 그들의 부모와 이별을 한다. 풍요롭게 살던 넓은 마당과 그 안을 붉게 물든던 장미 넝쿨의 집을 떠나 성남에 계신 어느 친적집으로 옮겨가, 학창 시절을 보낸다. 삼 남매 중 가장 어린 막내는 간혹 뛰어놀 수 있는 넓은 마당과 숨바꼭질하기 좋은 장미꽃이 풍성한 집이 그립다. 하지만, 친척집에서 사촌들과 복잡하게 살을 맞대고 잠을 잘 수 있고, 놀 수 있는 것이 마냥 즐거운 나머지 장미에 대한 그리움은 잠시로 하고, 현재의 생활을 즐긴다. 그리고 2년 남짓의 시간이 흐른 뒤 어느 날 막내는 고모로부터 그 양반의 후손과 희생양이 된 딸이 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울지 않을 수 있지?'라고 물어본다.


막내는 아직도 노는 것이 즐거워서 고모의 질문에 그리 큰 감흥이나 아무 생각도 없어 보인다.


그리고 대답한다.

'울긴 왜 울어요? 보고 싶어 운 적도 없고, 그리고 슬픈 것도 아닌데'.


고모와 함께 삼 남매는 거리를 나선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 건널목에 다다른다. 멀리서 어른 두 명이 서 있다. 그리고 신호등의 초록불이 켜진다. 이에 어린 막내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뜨거운 가슴과 눈물을 느끼며 횡단보도를 달려간다.


'엄마!!!!!!!!!!!'


그리고 막내는 그 순간의 장면과 눈물 그리고 그때의 뜨거운 가슴을 절대 잊을 수 없게 된다.


그 뒤 삼 남매는 어머니와 함께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5층짜리 아파트로 이사를 간다. 13평이다. 방이 두 개 있다. 큰방 그리고 작은방. 삼 남매와 그들의 어머니는 한방에서 함께 산다. 그리고 그 방은 작은방이다. 큰방에는 다른 집 식구가 있다. 작은 방에서의  삶은 오밀조밀하다. 밤에 잠을 자기 위해 의자를 책상에 올리고 책상 밑에 다리를 뻗는다. 그리고 네 식구가 나란히 어깨살을 맞대고 눕는다. 누가 밤에 볼일을 보러 갈려하면, 마치 공포 영화 속 '미이라'가 일어나듯이 앞으로만 조심스레 일어나야 한다. 잠을 자고 있는 가족들을 밟지 않기 위하여 뒤꿈치를 들고 까치발은 한 뒤, 그들의 가랑이 사이, 그들의 겨드랑이 사이로 한발 한발 발을 옮긴다.  문 앞에 다다르면, 헹여나 그들이 깰까 봐 최대한으로 문을 조금 열고 그 사이를 비집고 마루로 빠져나간다. 그런 집에 간혹 그 양반의 후손이 온다. 그 양반은 양반의 자존심을 지키려 하나, 간혹 술로 인해 그 자존심은 버릴 때가 많다. 그리고 그런 이중성을 경험한 삼 남매는 그분으로부터의 사랑을 바라기 보단, 그분으로부터 멀어지기만을 바란다.



막내는 사춘기가 되면서, 몸집이 커진다. 양반의 후손만큼의 체격이 된다. 그리고 그 후손에게 도전을 한다. "ㅆ"이 들어간 말을 직접 그 양반의 후손에게 퍼붓는다. 이에 그 양반의 후손은 적지 않은 충격에 잠시 비틀거린다. 하지만, 아직 꺾이지 않은 체력과 분노 그리고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고 충효(忠孝)를 바로잡기 위해, 막내와 힘겨루기를 한다. 파도가 친다. 거친 숨소리가 오간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어머니의 눈물이 가로막는다. 얼마 뒤 격동의 파도는 잠잠해진다. 하지만, 막내의 분(憤)은 사그러 들지 않아, 칼이라는 것으로  작은 방의 문을 긁는다. "ㅆ"이 들어간 말을 주절거리면서.... 어머니에게 칼을 빼앗긴다. 그리고 다시 되살아난 분(憤)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나름대로 커진 손을 움켜쥐고 벽을 친다. "ㅆ"의 소리와 함께...



중학생이 된 막내는 매주 일요일이 되면, 친구들과 오락실에서 만나, "1942", "너구리", "스트리트파이터", "WWF 레슬링" 등을 한다. 그리고 11시가 가까워지면, 오락실을 빠져나와 친구들과 교회를 간다. 예배를 마치고 교회에서 차려준 맛있는 점심을 먹는다. 매우 작은 교회여서 그곳에서의 식사는 가정식 백반이다. 파출부를 하시고 남은 반찬을 가지고 오신 어머니가 차려준 밥상이 나름 맛이 있었으나, 교회에서 갓 지은 밥과 바로 요리한 반찬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간혹 성가대에 꼽사리 낄 수 있는 기회가 되면, 그 막내는 입가에 퍼지는 미소를 주체하기 힘들어진다. 성가 연습을 마치고 중국집에 가기 때문이다. 계란과 당면이 듬뿍 들어간 짬뽕밥으로 인해 막내의 입안는 MSG의 향연이 펼쳐진다. 그리고 이는 막내에게 있어서 잊기 힘든 만찬과 함께 또 하나의 추억을 남긴다. 한주가 지나고 또 다른 하나의 주일이 시작된다. 막내는 어김없이 집을 나선다. 그리고 전자오락실로 향한다. 원 없이 게임을 할 수는 없으나, 친구들이 감독하고 주연하는 액션 영화를 보며, 그 영화 속에서 나오는 중동성 있는 기계음악을 듣기 위해, 맛난 짬뽕밥을 먹기 위해, 그리고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막내는 주일마다 교회를 다닌다. 교회에 가서는 제일 뒷줄에 앉아, 친구들과 고개를 푹 숙이고, 수군수군 잡담을 하고, 교회 주보에 낙서를 하며, 키득키득거린다. 그러던 중 간혹 들리는 목사님의 설교는 그의 맘을 조금 불편하게 한다.  


"너는 너의 하나님 여호와의 명한대로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가 생명이 길고 복을 누리리라." (신 5:16)

(Honor your father and your mother, as the LORD your God has commanded you, so that you may live long and that it may go well with you in the land the LORD your God is giving you.)


'천국을 소망하면서, 세상에서 잘되기를 구하다니. 쯧'

'공경할 만한 짓을 해야지 공경하지. 쯧'

'세상에서 잘되려 공경하냐? 오래 살기 위해서 공경하라니. 쯧'


하지만, 무엇보다 막내를 가장 힘들게 하고 듣기 불편하게 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 "아버지" 하나님 "아버지"...   


"아버지"...



막내는 의사가 된다.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공중보건의사로 전라남도 영광군에 있는 한 노인병원에서 근무하게 된다. 2004년 5월의 어느 날 새벽 막내는 전화 한 통을 받는다. 한 양반의 후손으로 부터온 전화다. 그의 어눌한 발음과 목소리가 들린다. 신경과를 전공한 막내는 그의 어눌한 말투와 표현을 잘 못하는 상태를 듣고 이내 뇌졸중이 왔음을 알아차린다. 전화를 끊고 바로 119로 전화해 도움을 요청하려 한다. 하지만, 그분이 계신 곳을 모른다. 경기도에 있는 어느 대학병원에서 청소용역직으로 계신다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 119 대원에게 어디로 가라고 할지를 모른다. 이에 막내는 전화를 끊고, 다시 그 양반의 후손에게 전화를 건다. 그리고 그분에게 119에게 직접 전화를 하라고 한다. 그분이 어떻게 119 대원에게 말을 해서 그분 자신을 찾도록 할 것이며, 그렇게 해서 대학 병원으로 모시고 가실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지, 막내는 조금씩 걱정이 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뇌졸중 환자의 투병 과정과 종말을 경험한 신경과 전문으로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계산을 한다. 앞으로 격어야 할 일들, 준비해야 할 것들, 그리고 가족들에게 설명해야 할 것들 등을....  막내는 서둘러 차를 몰고 서울로 향한다. 그분으로 부터의 연락을 혹은 병원으로 부터의 연락을 기다린다. 조금씩 초조해진다. 캄캄하고 고요한 새벽의 서해안 고속도로를 홀로 달리는 막내에게 전화가 온다. 그분이 청소용역으로 일하는 경기도의 대학병원에서 수련받는 신경과 전공의로부터 온 전화다. 그리고 그분의 진단이 뇌졸중 가운데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임을 확인한다. 신경과 전공의가 말한다. 초 급성기이고 골든타임이기에 혈전용해제를 사용하자고 한다. 지금은 혈전용해제에 대한 연구가 많이 되어있고, 안정성이 입증되어 있다. 하지만, 2000년도 초반 우리나라에 혈전용해술이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그 부작용(심각한 뇌출혈, 식물인간, 사망 등)을 경험한 막내는 이의 사용을 주저한다. 결국 그의 주저함은 어떤 결론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시간은 흐를 대로 흐르게 된다. 골든타임이 흘러가고 병원에 도착한 막내는 그분을 모시고, 막내가 수련을 받았던 대학병원으로 향한다.


뇌경색은 기전이 크게 약 5가지가 있는데, 그 양반의 후손은 경동맥에서 혈전이 떨어져 나와 생긴 색전증에 의한 뇌경색이다. 즉, 혈관 안에서 선지와 같은 혈전이 생겨나게 되고 이 혈전은 뇌로 가는 혈관을 타고 올라간 뒤, 내경이 좁은 혈관을 통과하지 못하여 결국 혈관을 막게 되는 뇌경색인 것이다. 다행인 것은 혈관을 막고 있던 그 혈전이 혈전용해제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수액과 항혈소판제의 경구 약제 투여 만으로 작은 조각으로 쪼개져서, 대뇌 피질로 날아가 뇌경색의 범위가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이로 인해 비교적 빠른 신경학적 증상의 회복을 보여, 퇴원 시기에는 어느 정도 혼자 독립적으로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그 뒤 그 양반의 후손은 다시 삼 남매의 가족과 함께 산다. 하지만, 이런 온 가족의 합숙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그 분과 삼 남매 가족과의 동거는 그분 자신뿐 아니라 삼 남매 가족에게 더 이상 득이 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되고, 이에 그 양반의 후손은 자신의 위치에 맞는, 그리고 자신이 바라고 동경해온 양반 마을로 내려간다.



막내는 이제 성인이 된다. 한 여자를 만나 자신의 가정을 꾸린다.  막내와 함께 사는 그는 가족을 중요시하는 여자다. 결혼 후 저 멀리 남미 에쿠아도르에서 2년간 자원봉사로 일을 하면서도 1주일에 2번씩 꼬박꼬박 본인의 부모님과 막내의 부모에게 전화를 드린다. 그리고 막내에게 명령한다. 양반의 후손에게 전화를 하라고. 막내는 어쩔 수 없이 그분의 명령에 따라 양반의 후손에게 전화를 건다. 전화를 끊고 전화의 내용을 옆에서 들은 그 여자는 적지 않은 놀라움을 표시한다. 양반의 후손의 후손으로써, 그 후손을 대하는 말투와 내용에 놀란 것이다. 이는 당연한 도리로 생각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가 아닌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그 막내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당연한 도리란...




"너는 너의 하나님 여호와의 명한대로 네 부모를 공경하라."

...

...


막내에게 하나님이 아들을 선물로 주신다. 40이 넘은 나이에 처음 아이를 접한 막내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행복과 사랑을 느낀다. 사실 그러한 사랑을 막내는 몰랐다. 아이를 만 난기 전 막내에게 있어서 아이란 귀찮은 존재였다. 그래서 아이가 태어날 때 그는 전혀 감흥이 없고, 퇴근 후 우는 그 아이를 보면, 자신의 수면이 방해됨에, 그리고 자신만의 시간이 없어짐에 불평이 생겼었다. 막내에게 아이란 존재는 생떼 부리고, 말 안 듣고, 어른들을 귀찮게 하는 것들이었다. 그랬기에 막내의 친구들이 아이들을 키우고 가정을 꾸리는 것을 볼 때, 막내는 전혀 이들이 부럽지 않았다. 심지어는 그들이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막내에게 주어진 아이가 기어 다니기 시작하고 옹알이를 하면서, 막내는 본인이 모르고 있던 행복과 사랑을 발견한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이쁘고 사랑스러워 보이게 된다.  


막내의 아이는 세상에 나온 지 이제 4년을 향해 달려간다. 하루 중 그 아이가 가장 많이 말하는 단어는 "아빠"이다. 물론 "엄마"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지만, 막내와 있을 때에는 "아빠"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막내는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고 즐겁다. 그리고 그 아이의 모든 것이 사랑스럽다. 그 아이의 숨결도, 땀 냄새도, 심지어는 그 아이의 똥 마저... 하지만, 막내는 직장일이 힘들고, 체력적으로 지칠 때 막내의 아이가 원하는 대로 못해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막내의 아이는 막내에게 원망의 눈빛을 보낸다. 그리고 간혹 물건을 던진다. 이에 막내는 그 아이가 사랑스럽게 보임과 동시에 미안한 맘이 든다.


한날 양반의 후손이 막내가 있는 부산에 오겠다고 한다. 양반의 후손답게 아침에 전화를 주신다. 그리고 저녁에 오신다고 한다. 막내와 함께 사는 그 여자는 양반의 후손의 행차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한다. 그리고 막내에게 명령한다. 잘 모셔야 한다고, 그리고 잘해드려야 한다고. 그 여자는 막내의 말투부터 행동 하나하나까지 일일이 지적해 준다. 그리고 얼마 후 그 양반의 후손이 도착한다.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는 말이 있듯이, 많이 야위시고, 주름이 늘고, 머리가 벗어지셨다. 그 양반의 후손은 막내의 아이를 보고 즐거워하신다. 그리고 막내의 아이를 향해 '이 놈 봐라, 이놈' 하신다. 막내는 이러한 양반의 후손이 하는 말투가 귀에 거슬린다. 아니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다 거슬린다. 그런 막내의 불편함이 막내의 얼굴에 나타난다. 이를 본 여자는 얼굴을 피라고 지적한다. 저녁식사를 한다. 그리고 양반의 후손은 반주를 하신다. 막내도 같이 자리를 한다. 밤이 깊어 가면서 양반의 후손은 막내에게 미안하다고 한다. 자신의 능력이 이것밖에 안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전에 자신이 행동한 것들에 대해, 자신이 왜 고향에 늦게 내려갔는지에 대해, 자신이 왜 아무것도 못했는지에 대해 말씀을 해주신다. 양반의 후손에게 어머니가 계셨는데, 그분께 죄송한 맘이 든다고 하신다. 그리고 막내와 그의 여자에게 말씀하신다.  본인은 너희들에게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바램이 있다면, 너희가 행복하고 화목하게 잘 살고, 그리고 아이에게 잘해주라고 하신다.



쉰들러 리스트라는 영화가 있다.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지만, 소설 속 내용은 거의 실화로 알려져 있다. 히틀러가 일으킨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유대인들은 짐승만도 못한 대접을 받으며, 학살을 당하게 된다. 하지만, 모든 유대인들이 바로 학살되지는 않는다. 그들 중 일부는 살아남는다. 일시적으로... 독일군은 학살 전에 유대인을 선별한다. 전쟁에 유용하게 사용될 사람들을 골라내어 그들의 기술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선별되는 사람 들은 주로 무기 제조 기술자, 화학박사 등이다. 대학교수나, 학자 등은 모두 독가스실로 간다.




부도어음과 그로 인한 경제사범으로 경찰의 눈을 피해 지내던 양반의 후손은 그의 생계를 위해 몇 가지 일을 한다. 그리고 그런 일들에 대해 양반의 후손은 양반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신다.

월급이 늦어지거나 안 나오는 것에 대해서 "언젠가 주시겠지, 어찌 달라고 가서 사정을 하겠나.."라고 하시는 양반의 후손...

돈이 되는 장례식장에서 월급이 쏠쏠한 일자리가 들어왔어도 "양반이 어찌 그런 일을" 하시며 마다하신 양반의 후손...

처자식이 반찬이 없어 간장 하나로 밥을 먹는 것을 보고도 "양반이 어찌 친척들이나 누구에게 가서 사정을 하겠노?" 하시는 양반의 후손...  

막내는 이런 양반의 후손을 보고 잠시 생각을 한다. 그분이 양반의 시절에 태어나셨다면, 많은 사람들로부터 청렴결백하고 진정한 선비로 살아가시지 않으셨을까 라는...  




막내는 다시 성경책을 펼친다. 그리고 예수님의 친동생인 야고보가 예수님이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경험하고 기록한 야고보서를 읽는다.


"내 형제들아 너희가 여러 가지 시험을 만나거든 온전히 기쁘게 여기라. 이는 너희 믿음의 시련이 인내를 만들어 내는 줄 너희가 앎이라.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 이는 너희로 온전하고 구비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려 함이라."

(Consider it pure joy, my brothers, whenever you face trials of many kinds, because you know that the testing of your faith develops perseverance. perseverance must finish its work so that you may be mature and complete, not lacking anything. - Jacob 1:2~4)


예수님은 막내를 사랑하시고, 그러기에 그 막내를 가만두지 않으신다. 그의 키가 자라고 발전하라고 하신다. 그리고 성숙하라고 하신다.   


"너는 너의 하나님 여호와의 명한대로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가 생명이 길고 복을 누리리라." (신 5:16)라는 말 가운데 공경함은 막내로 하여금 무조건 적인 것으로 명령에 순종해서 하는 그런 공경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공경을 원하신다. 그리고 막내의 부모가 공경받으실 대상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하나님은 공경함을 통해 막내를 발전시키시기 원하신다. 그리고 막내의 부모가 공경받으실 대상인지 아닌지는 막내의 능력 밖이라 이야기하신다. 막내의 아들도 막내를 향해 공경의 대상인지 아닌지 인간적인 그리고 세속적인 판단을 가질 수 있는 죄인이기에.....


막내는 신경과 의사로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에 관여하고, 그리고 그들 삶의 종창역을 함께 한다. 80살이 넘어도 오래 살고 싶고, 살려달라며 세상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 불치병으로 혹은 불구로 살아 가지만 지금 죽어도 감사하고 행복한 인생이다 라고 고백하는 사람들을 본다. 그리고 이를 통해 "세상에서의 생명이 길다"는 의미가 시간적 기준으로 "장수"냐 "단명"이냐를 판단하는 기준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또한 막내는 보게 된다. 재산이 많아서 그리고 그로 인한 고민과 가정의 문제를 보기도 하고, 자식 교육을 위해 그들을 유학 보내고, 돈도 많이 주었지만, 그들과 재산 문제로 소송을 당 하거나 심지어는 상해 진단서를 그들의 부모에게 끊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돈이 많지만, 행복하지 않아 자살하는 환자를 직접 목격한다. 부모 돈으로 유흥을 즐기며, 자신의 몸을 함부로 다뤄 입퇴원을 반복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생명을 경히 여기고 삶의 목표의식을 잃은 사람들... 삶에 대한 소망과 희망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수없이 본다. 이를 통해 막내는 야고보서의 말씀 속 "세상에서 복을 누리라"의 복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다. 세상에서 하나님이 우리에게 바라는 복은 바로 세상의 돈을 많이 벌고, 세상의 교육을 많이 받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막내에게 바람이 있다면 막내의 아들이 어지럽고 끊임없이 변하는 혼란의 가치관과 세상 지식을 배우기보다 불변의 진리인 하나님을 알아서 세상에 소망과 희망을 주는 삶을 살아갔으면 한다.


그래서 막내와 함께 세상 속에서 세상과 싸워 세상을 이기는 그러한 삶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세상을 변화시키고 세상에게 소망과 희망을 주는 삶을 함께 가꾸어 갈 수 있기를... 하나님께 기도한다.


막내는 언제나 그가 의지하고 좋아한 욥기의 말씀 구절을 다시 한번 외워본다.


"나의 가는 길은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 내가 정금같이 나오리라"

(But he knows the way that I take; when he has tested me, I will come forth as gold - Job 23:10)


필자가 진심으로 공경하고 사랑하는 아버지(왼쪽에서 두 번째)와 문중 어르신들 - 안동 하회 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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