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풀리는 문제의 맛
이렇게 익숙하고 낯선 맛이 더 있을까. 식사를 끝내고 맨 마지막으로 입에 들어가는 치약 맛이 아이스크림에서 난다. 뱉는 게 익숙한 맛이라 삼키기가 애매하다. 이걸 다 먹고 이를 닦아야 하나? 생각하다 초코칩을 씹고 닦아야 함을 깨닫는다. 착하고 낯선 맛과 못되고 익숙한 맛. 이렇게 다른 우리가 친구가 된 이유가 이게 아닐까 한다.
나는 수학 못하는 이과생이었다. 그래서 수학을 안 해도 될 것 같아 고른 전공이 생명과학이었지만 자연과학대는 미분적분이 필수과목이었다. 커리큘럼을 받자마자 망했음을 직감했다.
하는 수 없이 공대에 다니는 친구에게 집에서 가져온 잡채나 오징어채 같은 반찬을 내주고 미적분 과외를 받았다. 친구는 열악한 보수에도 꽤나 열심히 가르쳐 주었고 나 또한 의욕 있게 배웠다. 그런데 이 배우고 가르치는 것에 큰 아이러니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생겼다. 수학을 잘하는 사람에게 공식은 당연한 진리이자 명제인데 못하는 사람에게는 해석해야 하는 암호문이다. 서로 같은 것을 보고 다른 것을 생각했기에 과외는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내 미분 적분 1의 학점은 머리에 별을 달지도 못한 매끈한 C.
씁쓸한 점수를 두고도 책거리로 먹기로 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그 당시 학교 앞에 가장 좋은 카페 겸 아이스크림 가게는 배스킨라빈스뿐이었고 시험을 못 본 분풀이로, 열심히 공부한 답례로 가장 좋은 걸 먹고 싶었다. 자주 안 와서 잘 모른다며 골라 달라던 친구는 장고 끝에 한 가지 맛을 골랐고 내가 고른 두 가지 아이스크림 사이에 담겼다.
내가 고른 시큼한 셔벗을 어느 정도 먹다 보니 빼꼼히 친구가 고른 맛이 나왔다. 신걸 잔뜩 먹어 침이 계속 나왔기에 반가웠다. 그런데 한 스푼 떠 입에 넣으니 당황스러웠다. 이걸 삼켜도 되는 건지 고민하는 사이에 녹아서 목으로 넘어갔다. 아이스크림이 찬 것은 당연했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차가움이 느껴졌다. 화끈거리는 피부에 물파스를 바른 것 같은 냉기였다. 분명 익숙하지만 낯선 이맛을 잘 알고 있었다.
치약.
한술 뜬 친구의 표정도 나와 비슷했다.
"이거 먹는 거야?"
작은 분홍색 숟가락 두 개가 열심히 민트색 아이스크림을 한쪽으로 치웠다. 어이가 없어 웃었다.
그래서 그런 평범하지 않은 일을 하고 나면 일상 풍경이, 뭐랄까,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어요. 하지만 겉모습에 속지 않도록 하세요. 현실은 언제나 단 하나뿐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1Q84] 아오마메 中
우리가 통한 것은 그 날 뿐이었다. 그 뒤로 나는 민트를 입에 대지 않았고 친구는 민트 중독자가 되었다. 그는 축구장을 뛰어다녀 까맣게 탄 단단한 얼굴로 민트 초코를 외친다.
아직도 우린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렇게 익숙하고 낯선 맛이 더 있을까. 식사를 끝내고 맨 마지막으로 입에 들어가는 치약 맛이 아이스크림에서 난다. 뱉는 게 익숙한 맛이라 삼키기가 애매하다. 이걸 다 먹고 이를 닦아야 하나? 생각하다 초코칩을 씹고 닦아야 함을 깨닫는다. 착하고 낯선 맛과 못되고 익숙한 맛. 이렇게 다른 우리가 친구가 된 이유가 이게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