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공부 못한 사람 시점 1-7

Life of Vancouver

by 아가리사업가

밴쿠버에서 생활


밴쿠버에서 생활은 굉장히 좋았다. 다른 나라에 내가 나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지나가는 외국인들과 건축물들을 보며 내가 진짜 외국에 왔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름에는 저녁 9시까지 해가 떠 있고, 30도 언저리의 기온에 그늘에 들어가면 서늘한 기온에 밴쿠버의 여름은 정말 좋았다.


평일에는 어학원을 다녀오면 예습 및 복습을 하고, 빌마가 저녁을 차려 줄 때까지 놀았다. 친구들과 사귀는 것도 힘들지 않았다. 동양인이고, 다른 문화권에서 와서 조심스러운 점은 있었으나 친구들을 사귀는데 문제 되지는 않았다. 남미, 유럽 친구들과 몰려다니면서 놀러도 가고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나는 스페인과 일본 친구들과 같이 다녔다. 나와 나이 차이는 10살 가까이 났지만 축구 하나로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친구들의 집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축구 얘기도 하고 그랬다.


2011년도 그때에는 대마초가 판매는 불법이었지만, 구매는 합법이었다. 법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길을 가다가 오줌 지린 냄새(대마초를 피면 나는 냄새)가 곳곳에 만연했다.


Interpreter & Translation


캐나다에 마지막 4개월 정도는 통번역 어학원에 가서 통역과 번역을 배웠다. 통역과 번역을 하기 위해서는 영어도 영어지만 지식의 기반이 다양해야 했다. 법, 의학, 경제 등 전문분야의 통역과 번역이 필요한 것들이 많으므로 그 분야의 메커니즘 정도는 알고 있어야지 이해가 쉽다.


아직 내 실력으로 이 수업을 듣기에는 부담이 많이 되지만 일단 들었다. 그런데 첫 수업을 시작하는데 너무 어려웠다. 정말 지금까지 배운 영어와는 다른 영어였다. 전문분야의 단어와 문장 그리고 실제 사람들이 얘기하는 속도로 들으니 단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국어와 영어, 영어와 한국어를 번갈아 가면서 통역과 번역을 10분 정도 하는 간단한 스크립터를 하는데도 진이 다 빠졌다. 이때부터 번역도 어렵긴 하지만 동시통역하시는 분들의 노고를 알게 되었다. 짧은 시간 가장 최적의 단어와 문장을 선택하여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게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말하는 순발력도 요구되지만 2가지 언어의 전문성도 요구된다.


한국어가 잊혀 갈 때쯤


대략 영어에 익숙해질 때쯤이 오면 한국어가 힘들어질 때가 온다. 온통 영어로 생활하다 보니 한국어로 생각했을 때 단어나 문장이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럴 때 영어도 안되고 한국어도 안된다. 한국어가 가물가물할 때가 온다.


이 수업은 자신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기 위해 현직 영어강사들이 많았다. 이 분들도 통번역 과정을 어렵게 생각하고 수업시간에 어렵게 하고 계셨다. 나를 제외한 수강인원 모두가 영어에 조금이라도 관련된 사람이었다. 수업에서 내가 가장 못했고, 수업을 따라가기 벅찼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리 어렵다 해도 꾸역꾸역 넘어가는데 나는 시간을 떠나서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수업의 마지막 날에 선생님들이 나에게 얘기했다. 사실 내가 중간에 포기할 줄 알았다고 했다. 수업 자체를 버거워하고 있으니 나도 내가 힘들었다.


사실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좆땠다"라는 생각이 컸다. 학원비도 만만치 않은데 아무것도 안 들리고 모르다 보니 돈 생각, 본전 생각이 먼저 들었다. 사람이 다른 차원의 것을 겪으면 힘들다 이런 생각보다 본질적인 것과 자신을 인정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딱 그런 때였다.




영어공부는 예습 복습


일단 뭐 시작한 거 되돌릴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는 수업을 따라가게 만드는 것 밖에 없었다. 예습과 복습을 하며 수업을 준비했다. 음원을 들으면서 안 들리고 빨리 지나가는 거는 계속 들어보고, 문장과 단어가 어떻게 발음이 되는지 계속 들었다. 들으면서 한국어로 스스로 통역하고, 한국어로 쓰고 영어로 번역하는 것을 반복했다. 모르는 단어는 즉각 외웠고, 내방 사방에 포스트잇으로 붙여서 누워서도 볼 수 있을 만큼 붙여놨다.


수업이 있을 때 마다가 준비를 해야 했었다. 준비를 안 하면 내가 수업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이렇게 준비하고 9시에 어학원을 갔다가 4시에 집에 오면 뻗었다. 1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서 책상 앞에 앉아서 수업에 했던 내용과 앞으로 할 내용이 내가 이해가 될 때까지 공부했다.



4개월 뒤에


나의 영어실력은 정말 많이 성장해 있었다. 수업을 하며 통역을 할 때 버벅거리며 무슨 말을 해야 하지라는 생각보다는 내가 생각한 단어를 일목요연하게 들은 그대로 전달할 수 있었다. 모두가 감탄하는 순간이었다. 선생님과 클래스 친구들은 모두 나의 노력을 인정해주고 나의 성장에 대해 신기하게 바라봤다. 수업의 마지막 날 나의 성적표를 봤을 때 눈물이 났다. 정말 주식이 폭발하듯 나의 성적이 말도 안 되게 올라가 있었다.


처음 들어와서 중간고사를 보는데 하나도 몰랐다. 답을 썼다기보다 문제를 유추해서 답을 썼다. 답도 정말 나의 수준에서 썼으니 높은 점수가 나올 수가 없었다. 하지만 기말고사에서 시험을 칠 때 그런 기분이 들었다. 정말 쓸 말들이 많아서, 아는 것이 많아져서 다 쓰고 싶은데 시간이 모자라는 기분이었다.


공부로 이렇게 노력한 적은 처음이었고, 이런 성적표를 받아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나에게 굉장한 경험이었다. 사람은 정말 약한 동물이다. 전날 저녁에 내일 "운동 가야지"라고 맘먹었지만, 일어나서 "내일 가야지"로 바뀌는 것이 사람이다. 물론 나의 경험과 내가 그랬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상황 속에서 들어가서 성과와 성취를 했다. 이런 경험은 정말 나에게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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