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 (1724) 바흐의 <요한 수난곡>이 초연된 날
298년 전 오늘,
1724년 4월 7일
바흐의 <요한 수난곡> BWV245가 라이프치히 성 니콜라우스 교회에서 초연됐습니다.
이날은 바흐가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 칸토르로 부임하고 처음으로 맞는 성 금요일이었습니다. 당시 라이프치히에서는 성 금요일 저녁 기도 때 예수의 십자가 수난 과정을 음악으로 만든 수난곡(passion)을 성 토마스와 교회와 성 니콜라우스 교회에서 한 해 씩 번갈아 연주하는 전통이 있었죠. 새 부임지에서 첫 수난곡을 준비하면서 바흐는 중요한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인데다, 연주 시간에 제약 없이 연주자들을 총동원할 수 있는 조건이었거든요. 바흐는 네 개의 복음서 중 요한 복음서의 수난 부분(18장~19장)을 택해 의욕적으로 작품을 준비했습니다. 그리하여 298년 전 오늘, 1724년의 성 금요일에 <요한 수난곡> BWV245를 세상에 처음으로 선보인 것인데요.
1,2부 총 마흔 곡으로 이루어져 있고, 연주 시간 2시간 가까이 되는 대작 중에서 오늘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곡은 알토의 아리아 'Es ist vollbracht - 다 이루었도다’입니다. 죽음이 임박했음을 예고하는 예수의 독백과 같은 노래죠.
바흐의 <요한 수난곡>은 오랫동안 <마태 수난곡>의 그늘에 가려 있었습니다. 한때는 <마태 수난곡>보다 열등한 작품으로 인식되기도 했죠. 물론 오늘날엔 치밀한 음악 구성에 깊은 종교 정신이 반영된 바흐의 걸작으로, 널리 연주되고 있는데요. 바흐 역시 <요한 수난곡>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1724년 성 금요일에 초연한 이후에도 여러 차례 다시 연주했고요, 생의 마지막까지 수차례 다듬으며 공을 들였는데요. <요한 수난곡>의 판본이 여러 개 되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합니다.
바흐의 <요한 수난곡>은 <마태 수난곡>처럼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 있다가 19세기에 와서 재발됐습니다. 매장된 채로 있던 <마태 수난곡>이 빛을 보게 된 데는 펠릭스 멘델스존(1809-1847)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건 벌써 여러 번 이야기드렸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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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수난곡>은 멘델스존의 친구이자 경쟁자였던 칼 프리드리히 룽겐하겐(Carl Friedrich Rungenhagen)이라는 사람에 의해 1833년 부활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수난곡‘이라는 음악을 구성하는 ’수난, 죽음, 매장, 부활‘이라는 내용이 바흐의 <요한 수난곡>, <마태 수난곡>이 겪은 상황들과 참 묘하게 일치한다는 생각이 드니다.
바흐의 <요한 수난곡> 악보는 둘째 아들 칼 필립 에마누엘 바흐가 물려받았는데요. 훗날 에마누엘 바흐는 자신이 <마태 수난곡>을 작곡하게 되었을 땨, 아버지 바흐의 <요한 수난곡>의 일부분을 활용했고요. 고전주의 시대의 음악가들도 여러 경로를 통해 대(大) 바흐의 <요한 수난곡>의 몇몇 곡은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베토벤은 첼로 소나타 Op. 69를 작곡하면서 1악장 발전부에 방금 전 들으신 알토의 아리아 ‘다 이루었도다’를 넣기도 했죠.
2022년 올해 성 금요일은 다음 주 4월 15일입니다. 종교와 시대를 초월해 하나의 위대한 예술작품으로 살아남은 바흐의 <요한 수난곡>, <마태 수난곡> 전곡 감상, 성 금요일이 지나기 전에 도전해보시면 어떨까요?
*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