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1660) 비올라 다 감바의 거장 솅크가 세례받은 날
362년 전 오늘
1660년 6월 3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요하네스 솅크(Johannes Schenck, 1660-1712)라는 이름의 남자아이가
가톨릭 세례를 받았습니다.
당시 암스테르담은 종교개혁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고, 가톨릭의 세력이 약했기 때문에 이날의 세례는 비밀리에 치러졌다고 하네요. 솅크는 실력 있는 비올라 다 감바 연주자 겸 작곡가로 성장했고, 30대 후반 독일 뒤셸도르프로 건너가 궁정 음악가로 인정받으며 평생을 살았습니다.
요하네스 솅크의 음악 듣겠습니다. 비올라 다 감바 작품집 <라인 강의 정령>(Le Nymphe di Rheno)에 들어 있는 두 대의 비올라 다 감바를 위한 소나타 12번 중에서 '알레그로-프레스토'입니다.
다소 생소한 악기 비올라 다 감바 두 대만으로 전개되는 바로크 음악, 어떻게 들으셨나요? 바올라 다 감바는 바로크 현악기를 이야기할 때 바이올린만큼이나 중요한 악기입니다. 이름이 길어서 ‘비올’(viol), 때로는 ‘감바’(gamba)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하는데요. ‘감바’는 이탈리아 어로 ‘다리’라는 뜻이고요. 그래서 비올라 다 감바는 악기를 무릎 사이에 놓고 다리로 지탱해 세로로 세워서 연주하는 게 특징입니다.
얼핏 보기에 바이올린 족 악기와 비슷하게 생겨서 종종 바이올린 족 악기의 전신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비올라 다 감바는 바이올린 족 악기와 엄연히 구별됩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 모양도, 줄의 수도, 활을 잡고 연주하는 방법도 모두 다르죠.
우선 외형을 보면, 악기의 어깨 부분이 바이올린처럼 둥글지 않고 경사가 급한 것이 특징이고요. 바이올린 족 악기보다 약간 더 통통한 느낌을 주는데요. 옆에서 보면 확실히 악기 앞판이 바이올린 족 악기보다 더 불룩한 형태로, 앞판과 뒤판 사이의 깊이가 훨씬 더 깊습니다. 줄 수도 다섯 개에서 일곱 개 사이로, 네 줄인 바이올린 족 악기보다 많습니다. 그래서 악기 지판도 그 폭이 더 넓죠. 지판 위에는 기타나 류트 같은 악기에서 볼 수 있는 ‘프렛’이 있는데, 이 ‘프렛’은 거트현으로 감아 놓은 형태로 되어 있어서 밀어서 음 간격을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또한 비올라 다 감바의 몸통은 바이올린보다 훨씬 얇고 가벼운 나무로 만드는데, 그래서 소리와 울림이 훨씬 더 가벼운 것이고요. 사운드 홀도 바이올린 족은 알파벳 소문자 f자 모양인데, 비올 족은 C자 모양으로 되어 있고요. 한편, 활도 바이올린 족 악기는 손등이 위로 향하도록 잡는데, 비올 족 악기는 손등을 아래로 향하게 쥐고 연주합니다.
바로크 시대 사람들은 비올라 다 감바의 소리가 매우 고상하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바이올린’은 처음 등장했을 때, ‘시골 악사들이나 연주하는 악기’라고 폄하됐었지만, ‘비올라 다 감바’는 지식인과 상류층 사람들이 늘 옆에 가깝게 두고 싶어 하는, ‘친구’ 같은 존재로 대우를 받았다고 하네요.
바이올린 족 악기들이 악기 크기와 음역에 따라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 베이스로 나뉘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올 족 악기도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작은 크기에서 큰 크기 순으로, 다시 말해 높은 음역에서 낮은 음역 순으로, 트레블 비올, 알토 비올, 테너 비올, 베이스 비올, 이렇게 네 종류가 가장 기본이고요. 여기에 트레블 비올보다 크기는 더 작고 더 높은 음역을 담당하는 ‘빠르디쉬 드 비올’(Pardessus de Viole)이란 악기도 있고요. ‘비올로네’라고 해서 베이스 비올보다 더 낮은 소리를 내는, 더블베이스 비올도 있습니다. 이 여러 크기의 비올 중에 특별히 ‘베이스 비올’을 가리켜 ‘비올라 다 감바’라고 부릅니다. 위에 설명했던 것처럼 ‘감바’라는 말엔 악기를 다리 사이에 놓고 연주한다는 의미가 있고, 작은 비올이건 큰 비올이건 모두 다리로 악기를 지탱하고 연주하기 때문에, 사실 모든 비올 족 악기가 ‘비올라 다 감바’이지먄, 이미 17세기부터 ‘비올라 다 감바’라고 하면 보통 ‘베이스 비올’을 의미했다고 하네요.
바로크 시대 비올라 음악의 거장인 요한 솅크의 이야기로 시작해 오늘 제 이야기가 너무 길었네요. 비올라 다 감바, 즉 베이스 비올을 설명하는 매우 아름답고 유익한 영상이 있어서 공유합니다. 연휴 시작이네요. 음악과 함께 평화로운 휴일 보내세요.
*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