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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atha Jan 26. 2022

누나와 함께 썰매를!

1월 26일 (1770)년 모차르트가 누나에게 쓴 편지

1770년 1월 26일,

322년 전 오늘

열네 살의 소년 모차르트가 네 살 위 누나 난넬에게 쓴 편지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이번에 썰매 파티에서 누나가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니 정말 기뻐요. 그런 기회가 자주 와서 누나가 항상 즐겁게 지내면 좋겠어요. 그런데 폰 묄크 씨와도 썰매를 타지 그랬어요. 그가 한숨을 쉬고 슬퍼했다니 말이에요...       (후략)                                                      



누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소년 모차르트의 다정한 마음이 느껴지는 편지인데요.  모차르트는 이 편지를 쓰기 며칠 전 아버지 레오폴트와 함께 밀라노로 연주 여행을 왔습니다. 예전에는 누나도 여행에 함께인 적이 많았는데… 외롭고 그리운 마음에 펜을 들었겠죠?       


의좋은 모차르트 남매. 1763년 경의 그림으로 추정


난넬의 나이 열여덟 살이 되자 아버지 레오폴트는 결혼 적령기에 이른 딸의 음악활동을 더 이상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아들 볼프강만 데리고 여행을 하게 되었고, 모차르트 남매는 함께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죠. 어쩌면 이 겨울, 남매는 같은 음악을 상상하며 편지를 나누지 않았을까요?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의 <음악 썰매 타기>(Musikalische Schlittenfahrt)는 추운 겨울에 펼쳐지는 축제 풍경을 음악적으로 담아낸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겨울의 중요한 교통수단인 썰매를 끄는 말들의 모습, 썰매가 달릴 때 울리는 종소리, 말발굽을 재촉하는 마부의 채찍,  추위에 덜덜 떠는 사람들,  마침내 도착한 무도회장의 화려한 장면들이  다채로운 악기 조합 안에서 세련되게 표현됩니다. 현악기, 오보, 바순, 호른, 클라리넷, 트롬본, 팀파니 편성에 슬레이 벨을 비롯한 크고 작은 타악기들이 가세해 작품에 생동감을 더해주죠.      


https://youtu.be/S4gWDMMWUYE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도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작곡된 아버지의 이 작품을 좋아했다고 해요. 슬레이 벨이 들어가는 비슷한 분위기의 ’썰매 타기‘란 소품을  1791년 <세 개의 독일 춤곡>에 넣어 발표했는데요.  이 음악도 들어보시죠.


https://youtu.be/86q4PegdKyI




오늘은 유난히 날씨가 따뜻하네요. 국민학생 시절 겨울방학이면 저도 세 살 밑의 남동생과 스케이트 장에 종종 갔었는데요. (그 공터에 지금은 타워팰리스가 들어섰답니다) 눈이 아직 남아 있을 때, 희고 고운 겨울의 추억 만들어야겠다... 생각이 듭니다.



*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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