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바흐 씨의 점수는요...

2월 7일 (1723) 바흐, 라이프치히에서 오디션을 치르다

by agatha

299년 전 오늘,

1723년 2월 7일 일요일,

요한 세바스찬 바흐(J. S. Bach, 1685-1750)는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에서 자신이 작곡한 교회 칸타타 두 곡을 지휘했습니다. 예배 중의 연주였지만, 이는 단순한 연주가 아니라 사실은 일종의 채용 오디션이었습니다.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의 음악을 담당하는 칸토르(Cantor et Director Musices)가 8개월째 공석이었거든요.


전임 칸토르 요한 쿠나우(J. Kuhau)가 1722년 6월 5일 세상을 떠난 후, 라이프치히 시 의회가 제일 먼저 후임자로 점찍었던 인물은 텔레만이었습니다. 당시 함부르크 시의 칸토르를 맡고 있던 텔레만도 처음엔 솔깃했던 같은데요. 여러 달 고민한 끝에 그는 라이프치히의 제의를 거절했습니다. 함부르크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던 것이죠.

텔레만 이후 유력한 후보자 둘이 떠올랐습니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와 크리스토퍼 그라우프너(C. Graupner)였죠. 당시 바흐는 쾨텐 궁정의 악장으로, 그라우프너는 다름슈타트 궁정의 악장으로 일하고 있었는데요. 먼저 오디션을 치른 것은 그라우프너였습니다. 바흐보다 한 달 먼저 1월에 라이프치히에 와서 두 곡의 칸타타를 연주하고 돌아갔죠. 그리고 바로 오늘 2월 7일에는 바흐가 오디션을 치렸습니다.


이날 예배 중에 연주한 바흐의 칸타타 두 곡 <예수께서 열두 제자를 모으시고>(Jesus nahm zu sich die Zwölfe) BWV22와 <당신은 참된 하느님, 다윗의 자손>(Du wahrer Gott und Davids Sohn) BWV23 중에서 <예수께서 열두 제자를 모으시고> BWV22 전곡 들어보시죠.


https://youtu.be/xcflikYLk1w

바흐가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 칸토르가 되기 위해 연주했던 교회 칸타타 22번


바흐가 치른 채용 공개 오디션,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일주일 뒤 2월 15일 함부르크에서 발행된 잡지 <Relationscourier>에는 이렇게 보도가 됐습니다.



지난 일요일 오전 쾨텐의 카펠마이스터 바흐 씨가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에서 아직 공석인 칸토르 직을 위해 오디션을 받았으며, 이때 그가 연주한 음악은 심사위원들 모두로부터 높은 평가를 얻었다.



하지만, 라이프치시 히는 바흐가 오디션을 보러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토마스 칸토르로 그라우프너를 선출한 상황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바흐는 별 소득 없이 쾨텐으로 돌아와야 했는데요. 텔레만의 경우와 유사하게 그라우프너 역시, 다름슈타트에서 그를 놓아주지 않는 바람에 라이프치히의 제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통보해왔죠.


그리하여,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의 제17대 칸토르는 바흐의 차지가 됩니다. 바흐는 5월 5일 최종 계약서에 사인을 했고요, 이후 세상을 떠날 때까지 27년 간 바흐는 라이프치히에서 수많은 교회 칸타타와 함께 <마태수난곡>, <요한 수난곡> 등의 종교 걸작들을 탄생시킵니다. 이 모든 일의 출발이 바로 299년 전 오늘, 1723년 2월 7일이었던 것이죠.



https://brunch.co.kr/@agathayang/40



*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영화 속 명장면과 함께 베토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