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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Aug 30. 2024

종대사에서 다시 시작

꿈에 그리던 종합광고대행사에 입사했습니다.

채워지지 않는 갈증


온라인 광고 대행사는 디지털상에서의 브랜드 전략수립, 광고 캠페인 기획, 광고 집행, 기타 등등

디지털 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마케팅 활동을 담당한다.

이러한 이유로 그 당시 온라인 대행사는 디지털 영역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전문가 집단으로 인식되었다.

동시에 전문적이지만 디지털만 잘 알고 잘 다룬다는 한계.


아직 종대사에서 디지털 역량 강화에 대한 방향을 잡아가고 있던 시기

온라인 대행사는 광고주의 디지털 마케팅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키며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이런 격동의 시기는 나에게도 축복이었다.

연차대비 권한과 실행의 책임이 큰 업무를 빠르게 진행할 기회와 

다양한 광고회사 내부의 역할을 장착할 수 있었다. 


AE인데 전략을 짜고 제작팀과 협의해서 캠페인을 위한 제작물을 기획하면 매체 집행을 위한 랩사 미팅.

개발자들과 직접 테스트하며 기획한 사이트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밤새 확인하고

담날 경쟁 PT를 하고 돌아오면 다른 광고주와의 저녁 회식을 가야 했다. 

그야말로 힘들고 지치고 피곤한 일당백 라이프 


그.럼.에.도


디지털 마케팅 전문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는 자부심.

규모감 있는 브랜드를 담당하고 있다는 만족감.

날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 


그렇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안타까운 아쉬움과 목마름이 느껴졌다. 

서브, 두 번째, 디지털은 예산 남으면 집행하는 없어도 상관없는 분야


광고주는 대사 AE 연락처를 공유하고 이렇게 말했다. 

"이번 TV광고, 인쇄 제작물 받아서 배너 제작해 주세요. 전체적인 전략 방향이니 참고해서 디지털 전략 수립해 주세요..."

종대사 CD 님들과 미팅을 하거나 AE와 전략에 대한 논의를 할 때마다

"흠... 뭔가 더 큰 프레임 안에서 디지털 캠페인을 만들고 싶다. ATL 전략을 따라가는 디지털이 아니라,

처음부터 함께 전체를 그리는 방법은 없을까?" ATL전략을 따라가야 하는 디지털... 언제까지???


저기(종대사)는 더 크고 넓게 뭔가를 만들 수 있는 곳이다. 

내가 모르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진짜 광고대행사. 저기로 가야겠다.  

(그 와중에 과로로 인해 병을 얻었다. ) 




노는 물이 달라지다.


종대사 입성

우연한 기회로 나는 종대사에 입사할 기회를 얻었다.

물론 나의 일하는 방식과 능력을 믿어준 선배의 추천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이 선택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집에서 6개월간 재활과 방황을 함께 하던 찰나

아직 어렸기에 도전하고픈 다른 일에 맘을 주려던 시기,

어쩌면 그때 다른 곳으로 이직했다면

나는 20여 년의 광고와 함께한 나날을 모두 놓치고 지나쳤을 거다. 

 

종합광고대행사에서의 디지털 캠페인 전략 수립 및 기획과 실행


나에게 딱 맞는 자리라며 

추천 (이전에 종대사로 옮기고 싶던 내 맘을 알고 있던 선배님의 배려) 해주셨고

고민해 보겠다 했지만

다시 광고를 시작할 운명이라 생각하고 기회를 낚아챘다.


종대사

드디어 나도 ATL을 함께 다루는 곳에서

광고에 대한 열정 넘치는 선배들의 전략을 훔쳐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이렇게 나의 종대사 커리어는 시작되었다.



광고의 기준을 새겨준 나의 첫 번째 종대사

광고대행사는 오래된 스테레오타입이 있다.

자유 분방한 분위기, 팀의 생사가 달린 경쟁 pt를 하며 밤샘 회의, 그 끝의 달콤한 승리감,

저녁이 술자리가 되고 선배들의 광고인생이 펼쳐지는 대화, 꿈에 대한 이야기

광고주에게 깍듯하지만

후배에겐 츤데레인 선배의 교훈과 조련..

(지금은 이런 기대도 실제 분위기도 아니지만)


나의 첫 종대사는 꿈에 그리던 광고회사.

그 자체였다.


이제야 광고의 전 분야를 진행하는 대행사에 입사했다는 안도감

항상 치열하게 광고에 몰입하여, 일과 삶을 같이 하는 선배들과의 시간.

나에게 정말 행복했던 시절-


기획, 제작, 디지털, 미디어 모두가 함께 일을. 시작하고 끝까지 토론했다.

목적은 오직 광고주 브랜드의 성공.

그만큼 광고주와도 끈끈했다.

같은 고민과 목적을 가지고 내일처럼 일하는 관계.


아마

종합광고대행사의 이상적인 모습이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그 시절 이곳을 떠올릴 것이다.



인생 멘토이자 롤모델과의 조우

첫 종대사 이후에 2곳의 종합광고대행사를 더 거치며 일했지만

존경하는 선배, 팀장님, 임원분들.. 

모두 이곳에서 만나게 된 분들이다. 


무엇보다 광고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실력자들.. 

핏대 높여 자신들의 기획안과 제작 안의 방향을 두고 밤새 싸우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누군가 예전의 호시절만 기억하는 거 아니냐? 묻는다면.. 

맞다.

그땐 그랬다. 

하루하루 회사 가는 게 즐거웠던(?) 시절이다. 


어마어마한 광고 선배들과 함께 경쟁 pt 준비에 참석하고 

디지털 역할의 중요성을 높이 평가하던 AE과 함께 

우리 팀은 사내 광고주의 대부분의 캠페인을 기획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모든 종대사는 이렇게 팀과 팀이 협업하고 

긍정적인 의견을 나누며 딱히 티 나는 정치활동 없이 

광고에 미친 사람들이 즐겁게 일하는 곳인 줄 알았다. 


내가 처음 만난 그곳의 사람들은 

그야말로 광고가 좋아서 일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지금까지 20년 넘는 시간을 롤모델로 삼으며 존경하는 선배. 

영원한 나의 팀장님!


그녀를 만났다. 




영원할 것 같은 시간


나의 팀장님이 된 롤모델 선배가 어느 날 팀 전체를 집합시켰다. 

여전히 막내 연차였던 나는 팀장님과 선배들의 수상함을 눈치챈 뒤였다.


매일 모여 선배들만 웅성웅성 회의를 한다는 사실.. 

회사가 갑자기 힘들어졌다는 사실.. 

15명이던 AE팀이 한꺼번에 해채 되었다는 소문 등..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하던 시기


그때, 팀장님은 짧게 몇 마디만 한 것 같다.

회사가 어려워졌어. 팀에서 나갈 인원을 써내야 한대.

며칠간 너희들이 옮길 종대사를 모두 마련해 두고 각자의 인터뷰를 잡아뒀어. 

선택은 2가지야. 


첫 번째, 추천해 준 다른 종대사로 자리를 옮긴다. 

두 번째, 우리 팀이 함께할 방법은 팀 전체가 자회사로 이동한다. 단, 업무는 변함이 없다.


정적........ 


아마도 팀장님이 눈물을 머금은 목소리로 말했던 것 같다. 

나는 우리가 좀 더 함께 일했으면 좋겠어. 하지만 선택은 각자에게 맡길게.  


이렇게 좋은 곳을 두고 팀원이 뿔뿔이 헤어진다니, 

같이 있으려면 광고대행사가 아닌 신사업을 하는 자회사 소속으로 퇴사와 동시에 입사.


(지금 생각하면 참 어렸던 것 같지만)

그때의 나는 제일기획, LGAD, TBWA, BBDO 등등.. 

다른 종대사는 다 필요 없고, 

함께

"우리 팀"이라는 이름으로 일하고 싶었던 거 같다. 


매일 퇴사하는 분들과 술을 마시고

책상이 점점 비워지던 기나긴 어둠의 시기. 


광고 대행사에서 보기 힘든 기나긴 연말 휴가로 12월 내내 회사가 셧다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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