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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KTUS Apr 12. 2017

아비의 바다


두 번 아비의 눈물을 보았다

아비의 눈을 제대로 본 적은 없다


내 아비의 눈을 보는 것이 두려웠다


아비의 눈엔 시종 물기가 묻어있었다

눈 너머로 꼬리 긴 별들이 넘어갈 듯 했다

별의 자취를 쫓으면 아비의 바다에 빠지고 말았기에

나는 그 눈만큼은 외면해야 했다


아비의 눈을 등지고서 나는 아비를 그리워했다

그의 눈을 떠올리면 수평선도 짧았다

평생 아비는 눈으로 억센 파도를 막았다


그러나 아비도 파도소리만은 막아내지 못했다

생의 파도가 불어 아비의 둑을 부수어 

조만간 눈에서 파도소리가 새는 것을 나는 들었다

맥없이 무너진 둑이었기에 나는 아비의 눈을 바라보지 않았다


아비가 겹다


두 번을 살아도 나는 아비의 수심에 이르지 못한다

아비의 바다 앞에서 나는 뭍처럼 얕아진다

이것이 내가 별을 따르지 못하는 이유다


아비의 둑이 거기에 있어 나는 뭍일 수 있었다

아비의 둑이 닳아 없어져 곧장 파도가 내게 닥치는 날

나는 아비에게 둑이 되어 무릎을 꿇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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