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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KTUS Jul 03. 2015

일교차


며칠째, 나는 자정을 넘겨 책상 앞에 몸을 앉힌다.
그리고 매일 같은 시각을 보곤 한다.


분명 어제 경유해 간 시간과 같은 호의 시각임에도, 어딘가 그 얼굴이 달라져 있다.

의자 등허리에 걸린 수건으로 땀 흘린 그의 얼굴을 툭툭 찍어, 땀을 닦아주는 일만이 나의 일임을 예감한다.


책상은 창문과 가까이 있어, 나는 며칠째 창밖으로 들어오는 여름밤의 산들바람을 맞고 있다.

바람의 결은 참 시원하고 조용하기도 하다. 어쩌면, 이것이 칠월이 숨겨 놓은 바람이기도 한 것 같다.


그렇다면 그것은 한 여름의 열대야, 그 맞은편에서 균형을 이루게 하는 힘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여름은 늘 우리 내부의 일들을 극으로 끌어간다.


우리는 욕망의 늪에서 무질서해지고, 종종 날 것의 생의 단면과 마주해서 흠칫 놀라기도 한다.

그리운 것들은 더욱 그리워지고 사랑에 걸린 것들은 더욱 위태로워지는 계절인 셈이다.

외로움이 폭우로 쏟아지는다는 것 또한 이 계절의 일이다.


그래, 여름에 벌어지는 일들은 그런 것이다.

무성하게 아지랑이로 피어오르다 밤중엔 서늘한 공기가 되어, 한 걸음 더 여름으로 무르익는 일이다.

이 여름의 일만은 피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여름에 벌어지는 일이다.


그러니 책상 앞에 앉아 바람과 마주하는 일이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극한의 열기로 달아오른 여름의 나날들을 견뎌 낼 수 있겠는가. 

일교차 속에서 눈을 감고 잠시 서늘해지는 눈덩이의 미묘한 감각을 느낀다.


여름바람의 노크이다.  그 기척에, 모든 것이 무겁게 번져가던 나의 날들을 내려 놓는다.


나는 최선을 다해서 나의 끝으로 현재의 꼭지점에 다다르고 있는가.



일순, 요즘 나의 생활들이 온통 비에 젖은 듯 애처로워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런 밤은 꼭 그것을 오래 바라보아도 어둠이 물러가지 않는다.  


일교차를 뒤집어 다시 어둠은 아침의 온도가 될텐데도 말이다. 

다만 코 끝으로 맡아지는 밤공기로, 내일은 더 여름날일 것이라는 소식만이 전해질 뿐이다.


또 밤공기와 마주하는 시간을 기다리며 나는 다만 정직하게 여름의 열대야를 살 밖에―

               .


그렇게 일교차로 나의 건강한 균형을 찾아갈 밖에.

 

그렇다면 오늘과 같은 호로 나를 향해 진입해 오는 그를 위해  

다른 수건 하나를 의자 맡에 걸어두어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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