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얼마나 되었을까
얼마나 되어야 이런 선을 가질 수 있는 걸까
내겐 낭비할 수 있는 청춘이 남아 있지 않아
우리는 비스듬한 토성*을 오르며
서로에게 이별을 권고했다
더이상 낭비는 낭만으로 들리지 않았다
오래된 터는
바람에 높이를 잃고
흙더미를 잃고
마음을 잃고
완만한 길을 얻었을 것이다
온갖 찌르던 말들이
힘을 잃고 곡선이 되어갈 때
우리는 오래 된 이별을 치른다
천천히 비스듬한 길을 내려간다
걸음을 받아내는 것은 이제 구릉의 일이다
*몽촌토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