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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KTUS Feb 11. 2019

자유기재 (필수입력)

또 다시 입사지원서를 쓰다가

자판 위에 멈춘 손을 멈추고

나는 이제 아무런 소용 없는 이야기를 해보려 해요


나에겐 참 소중한 마음의 것들인데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은 것들의 이야기


외면 받는 일에 익숙해지다 보면 혼자만의 방이 생겨요


그 방 안에 어둠이 찾아 오면 문득

불안했던

불안해서 미워했고 사랑했던 나의 청춘들에 너그러워지지 못하는 시간이 찾아와요


그 시간에 나는 성실했고 열렬했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충실했는데

결국은 세상의 조류에 비웃음을 당하고 쉽게 외면 받는 것이 되어 버린 느낌


열심히 였는데 지나고 니 나는 아무 것도 해 놓은 게 없네요

누군가의 기준으로는 참 우스운 것들이네요


나에 대한 미움 조금

세상에 대한 미움은 많이 비죽 솟아나요


야속하고 서럽고, 그토록 믿었던 내가 쓸모 없게 느껴져요


스스로를 사랑한다고 굳게 믿어 왔는데

점점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선 자신이 없어져요


내가

나에게서 나온 것들 중에

반가운 것이 없을 때

심장 위엔 이름 모를 자책감과 죄책감이 뛰기도 해요


.

.


그럼에도 글을 씁니다

글로 삶의 씬을 그리고, 열심히 거기에 있는 당신들의 갈퀴를 어루만집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어딘가에는 꼭 있다고 믿습니다


문장이 생각나서요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당신에게 한 줄 위로가 되고 싶어서요


이런 이야기들은 누군가에게는 아무런 소용도 없는 이야기지만

여전히 나의 문장들이 가진 힘을 믿습니다

문장들을 품안에 안고 묵묵히 걸어가면 외롭지 않고 따뜻한 시절이 찾아올 거라 믿습니다


모든 사랑하고 스러진 것들

그럼에도 다시 사랑하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

.


또 한 번 면접 낙방 소식을 듣고 다시 써내려 간 지원서에서

자유기재 (필수입력)란을 만났어요


숨을 쓸어내리고 나니 여기에 쓸 말이 새어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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