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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KTUS Jul 01. 2015

집으로 오는 길

집으로 오는 길 내내 흐린 하늘은 비를 쏟았다
나는 못내 그 비가 반가워 나의 생활을 조금 꺼내어 놓았다

 

부러 가두어 놓은 나의 부끄러움의 한 조각이었다

부끄러움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나
나무 기둥에 묶인 파란 자전거를 본다
그 역시 주인을 잃고 나무 아래서 비를 맞고 있다
귀가 나무에 묶여 꼼짝없는 그를 보며 지금의 나와 같다고 생각한다

꼭 외출해 놓은 나의 생활과 닮아서 그의 손에 가여움을 쥐여준다
어딘가 삶의 어깨 한 쪽이 망가져 있다는 생각
내가 나의 삶에서 조금은 덜어져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는 이제 아무리 페달을 되감아도 옛일에 다다를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전조등은 전방을 깜빡이다가 그렇게 침잠해 갔을 것이다

시간이 나의 걸음과 조금 느리게 흐를 때 알게 되었다
그날들에 나는 매일 밤 외로움을  덮고 잤다는 것과
숨을 들이쉴 때마다 외로운 공기와 마주했다는 것을

집으로 돌아온 나 이유도 없이 열심히 허공에 페달을 돌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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