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KTUS Apr 29. 2016

너와 나의 아스파라거스

아스파라거스의 맛과 질감에 대해서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뭇 ⎯ 아스파라거스의 소원은 한 그루의 나무가 되는 것이었다

자라고 보니 땅으로부터 몇 치 떨어지지 않은 높이가 그의 키였다 


아스파라거스는 숲을 이루고자 했으나, 늪으로 자랐다

나무가 되지 못한 절망감이 덥수룩이 땅에 가 덮였다


아스파라거스는 나무숲을 우러른 발끝이었다

그 단단한 대의 힘은 욕망의 힘줄이었고 

미움이 우거질 때마다 은밀히 한 줄기 아집이 늘었다

아집이란 결국 욕망과 스러진 욕망 사이가 머무는 집이다


무릇, 아스파라거스는 아집으로 묶인 채소이다

아스파라거스는 그의 단단한 육체가 부끄러웠다

차라리 늪을 삐져 나온 발끝을 힘껏 오므려 흉측하고 싶었다

그의 육체 전부가 그의 아킬레스건이었던 것이다


뭇 ⎯ 아스파라거스의 전신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것을 아는가


볶은 아스파라거스 한 입에 공연히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것은

그것의 질감이 곧 우리 내부의 아집의 것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일순간 지난 시간들이 치명적으로 약해지는 탓이다


아스파라거스는 그의 아킬레스건 전부이기도 한데

이토록 무를 수 있다는 것은, 참 그의 생에 미안한 일이다

꼭 자신을 미워하지 않아도 되었을 일이다

힘 주어 오므린 발끝을 펴서 우아한 육체여도 되었을 일이다 


얼굴 붉히던 순간들에 지금처럼 우리의 아집이 물렀다면,

너와 나로부터 한 발치 물러설 수 있었을 것이다 

무성했던 욕망만큼은 다치지 않았을 것이다

아스파라거스의 발끝이 닿은 곳으로 우리는 물러나야 했던 것일까


아스파라거스의 맛과 질감에 대해서는 설명이 아니라, 조금의 생이 더 필요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솜사탕 맛의 아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