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어느 무렵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을 시작하고,
종종 정신을 잃고,
무엇이든 무릅쓰던 나를 조금씩 잊고,
미처 버리지 못한 슬픔을 묻고,
가볍게 저지를 수 있는 나쁜 습관을 얻고,
그저 무거운 나날들에 치이는,
그런
습관처럼 시작하던 사랑의 단물이 빠져나갈 때쯤
모든 시시함 속에서 무렵이란 말이 떠올라 어른거렸다
본래 무렵은 희미하고 모호한 어느 시점을 가리킨다
꼭, 기억 저편 어딘가를 되짚는 것 같이, 약간의 노을빛과 함께
그 무렵, 나는 유목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주 선명하게, 부정할 수 없는 서술로 말이다
자꾸만 사랑의 거처를 옮겨가는 유목민
누군가 진정 사랑이었냐고 물으면
나는 다만 어느 무렵이라 할 수밖에 없었다
머무르고 싶지만 곧 머무를 이유를 찾지 못하는,
그 불안의 경계를 쓰라리게 걸어가는 사람
다시 사랑의 거처를 옮기고야 마는 유목민 시절의 무렵,
나는 한 번씩 타버릴 듯한 목마름을 느끼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