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무성한 사랑의 철이었다
풍경 속에
저마다의 언어로 몸짓으로 신호로 춤으로
속살거리고
소곤거리고
수런거리는
요란한 한 철
잠시 눈을 감았다 뜬 것이라 생각했는데
몇 개의 절기가 지나고 계절의 색감이 달라져 있었다
깊게 호흡해 살짝 코끝에 머금어 보는 낯선 공기
사랑은 어떠한 낮으로도 어떠한 밤으로도 물들 수 있는 것이었다
서로를 깊이 바라볼 수 있는 눈빛, 그 불빛만 있다면
낮게 깔린 밤들 아래서 숨을 죽이며
도무지 몸을 움직일 수 없던 그날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말이다
나를 지킨다는 이유로 그곳에 사랑을 두고서
한참을 도망쳐 좁은 길로 들어섰다
좁은 길에서는 모든 것이 아깝고, 치사하고, 뒤틀렸다
그 길로는 결국 아무도 오지 못했다
점점 사랑을 할 수 없겠다는 마음의 무늬가 창문에 비칠 때마다
나는 아무말도 않고서 그저 어긋나버린 얼굴을 쓸어내렸다
결국엔 아무것도 변한 것 없이
메마른 마음만 다그치며, 공허한 뉘우침으로
.
.
들썩이는 사랑의 철을 가만 바라보다가 가만 끌어안는다
좁은 길 앞에 도망을 멈추고, 되돈다
아직 온전하지 않대도
사랑을 두고 온 그곳이 사라졌대도
그곳으로 달려간다
나를 향해 숨차게 달려왔던 그 마음들처럼, 그 입김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