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워진 바람 한가운데
서있는 일이 그리 외롭지 않았어
어쩌면 나는 더 이상
바람에 메마르지 않는 윤기를 가진 사람이란 것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그런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
그 생각은 참 쓸쓸하기도 하면서 아늑했고
나를 적막하게 만들었어
나를 메마르게 할 수 있는 것이
바람이 아니게 되고,
바람과 함께 점점 줄어간다는 사실은 과연 기쁜 것일까
적어도 지금은 그렇게 느끼고,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나는 여기 홀로 불어
내가 충만해지는 더 깊은 어딘가로 가
나를 등지는 모든 쓸쓸한 것들도 참을 만 해
쓸쓸해진 것들에게서 윤기가 나
마침내 자유로울 수 있는 시간의 윤 같은 것이 나
바람 한가운데서 홀로 서있는 것들에게선
쓸쓸함마저 윤기가 나, 문득 경이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