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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KTUS Nov 24. 2019

쓸쓸의 윤

차가워진 바람 한가운데

서있는 일이 그리 외롭지 않았어


어쩌면 나는 더 이상

바람에 메마르지 않는 윤기를 가진 사람이란 것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그런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


그 생각은 참 쓸쓸하기도 하면서 아늑했고

나를 적막하게 만들었어


나를 메마르게 할 수 있는 것이

바람이 아니게 되고,

바람과 함께 점점 줄어간다는 사실은 과연 기쁜 것일까


적어도 지금은 그렇게 느끼고,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나는 여기 홀로 불어

내가 충만해지는 더 깊은 어딘가로 가


나를 등지는 모든 쓸쓸한 것들도 참을 만 해

쓸쓸해진 것들에게서 윤기가 나

마침내 자유로울 수 있는 시간의 윤 같은 것 나


바람 한가운데서 홀로 서있는 것들에게선

쓸쓸함마저 윤기가 나, 문득 경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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