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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KTUS May 05. 2020

여름이 되려는 밤에

좀 혼자이고 싶었어요

다만, 사람들과는 아주 멀지 않은 곳에서


서서히 잊힌다는 것은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다는 뜻이에요

아니, 되돌릴 뜻이 없다는 것이겠지요


희미해진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에요

천천히 멀어지고 더 짙게 흔적 없이

결국엔 아무것도 남지 않는 일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이 남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사랑에 대해 오만했어요


할 수 있는 만큼 흔들리고 싶었고

어느 순간 다정한 말들이 듣기 싫었어요

따뜻함만으로는 지킬 수 없는 것들이 많았어요

무책임하게 느껴지고 답이 있는 것 같아 낯 간지러웠어요


차라리 냉랭한 시선에 가까워졌지요


그러는 동안 나는 희미해졌어요

내가 기억하고 싶은 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요

모든 사랑도 뿌옇게 흐려졌기에


여름이 되려는 아주 평범한 밤

나는 슬픔의 방향으로 서행하고 있어요

지우고, 지워지는 그 길로


이제 어렵게 머뭇이며 오래 참아온 말을 할게요


돌아갈 곳은 알지 못해

나는 그저 사랑의 일부만 알았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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