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KTUS Apr 28. 2020

사소한 위대함들의 기록

높다란 아파트 위에 누운 그믐달

여름이 오기 전 부는 잎새의 바람

어린아이의 찡그린 표정

누군가의 구부정한 어깨

49위에서 23위로 오른 성적

몸의 일부를 잃어버린 오래된 문화재 석탑

무대를 그리워했던 가수

회사 안 구석탱이 나만의 비밀공간

밥을 꽂는 대신 꽃는다는 엄마의 아름다운 오타

화를 내고 벌렁이는 가슴

버스 화면에 나오는 명화 설명

모르게 진행되는 입맛의 변화

장을 보러 나온 아주머니의 끌주머니

운전은 못하지만 차를 몰고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

창문에 비스듬히 비친 얼굴 윤곽

장사 준비를 하기 위해 테이블을 펼치는 사람

드라이브 스루를 통한 농수산물 완판

도마 위의 칼질 소리

두부를 넣어 만든 카레 한 그릇

미완성을 사랑하는 자세

사랑받고자 하는 주문

빅이슈 판매원의 복사한 손편지

소리 없이 자란 선인장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에 바라본 밤하늘

동생 부부를 보러 가는 기차

조카를 임신했다는 소식, 그것도 이란성쌍둥이

돌아가지 않겠다는 말

선조의 유산을 거니는 마야인

댄서의 오래된 치맛자락

고깔로 그곳만 가리고 법정에 출석한 원주민들

선선한데 왠지 여름인 것 같은 기분


매거진의 이전글 봄의 어제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