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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KTUS Oct 25. 2020

그 영화의 이름은 모르지만

1.

우리는 왜 사랑을 하게 될까요?

내 앞에 앉은 사람이 묻는다

땅 한쪽이 움찔한다

처음 본 사이에 아무리 할 말이 없어도 이런 말을


꽤나 오랫동안 할 일 없이

그것을 갈망했고

사랑이 하고 싶었는데


그리고 약간은 그 이유에 대해

생각도 해봤던 것 같은데

선뜻 답을 할 수 없어

솟았던 소폭의 땅이 폭 꺼진다


사랑이 가물었을 때

사랑의 이유가 다시 궁금해졌다


주고 받음의 균형감을 재는 것 없이

서로의 습관을 견주는 것 없이

그저 사랑하게 되는 일은

불가능한 시기에 접어들었으므로


청소를 하거나 낮잠에서 깼을 때

여분의 시간이 날 때마다

나는 그것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다


그것은 결코 귀하다는 것과

귀함을 알고 귀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과

결국엔 오로지 자신을 위한다는 것은

다 그때 알게 된 것들이다


글쎄요 사랑이요? 저도 궁금하네요


물음표의 끝은 흐트러졌다


2.

그때 무심코 어느 영화의 초입이 떠올랐다

배우의 이름도 모르고

영화 제목의 토씨도 떠오르지 않아

다시 찾아볼 수 없었던 지난날의 어느 영화


그 영화의 주인공은 아들을 혼자 키운다


오랫동안 누군가와 사랑을 나누지 않은 몸,

계속 누군가를 밀어내어 자발적으로 실종된 마음,

그것을 담아내는 건조한 목소리


다만 그는 말한다


터치가 그리워

내가 그리운 건 터치뿐이야


내 앞에 앉아서 초면한 물음을 던진

그를 만나기 전까지 생활은 단조로웠다


종일을 정신 차리고 싶지 않아 누워 있다가

번뜩 정신이 나서 청소기를 잡아 온방을 돌렸다

이불에 떨어진 부스러기를 털고

느슨하고 흐트러진 마음의 힘껏 당겨

미뤄둔 평범한 생활을 해내었다


풀어짐과 당겨짐이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했다


3.

사랑의 이유를 확신해온

그 어떤 사람의 답도 확실치 않을 것을 안다

그것은 명확했다가 흐려지기에


다만 자신만의 답을 썰물처럼 밀물처럼 밀고 나가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랑은 밀고 나가야 하는 것이니까


왜 그때 그 영화의 대사가 떠올랐을까

영영 대사 한 줄을 남긴 그 영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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