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 있을 때마다
돌아오는 길에 서점에 들렀다
발걸음의 무게가 고르는
시집을 꺼내 들어
제목이 된 대표작을 펼쳤다
대표작은 대개 시집의 삼분의 일 지점에 있었다
시의 제목이 그후의 남은 이야기를
대변할 수 있을지 나는 알지 못했다
그렇게 이별이 낭독한 시집을 모았다
시의 어휘는 사랑의 수고로움보다 많았다
어제를 딛고 내일을 불러오는
숱한 시의 말로 위로를 넘겼다
시의 묘미는
시인의 세계를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한 줄 걸리는 치명적인 문장에 있다
아프거나 쓸쓸하거나 달콤하거나
떠나간 자리엔 한 문장만 남는다
마음을 나누지 못한 채 끝난
한철의 감정도 묘미를 가질까
시집을 덮으며 이번의 사랑은 무엇을 남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