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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KTUS Jan 17. 2021

대설

대설, 눈길 위의 발자국은 견디기 힘들다


대설의 저녁은 

기억도 나지 않는 마음 위에

앞서간 당신의 발자국을 보여준다


그것은 너무 깊지만

다시 순식간에 눈으로 덮인다


세상은 희고 조용하며 아득하다


떠나갔지만 지워지지 않는 흔적

눈길 위에서는 왜 아무 것도

흐릿하고 희미해질 수 없는지

또렷한 증거가 뒤늦게 나타난다 


우리의 이별인 줄 알았으나

혼자만의 고별이었던 것


먼저 떠나간 형체만이 남아있다


당신의 발자국 위에

나의 발자국을 얹는다

당신 안의 나는 알맞지 않다


겹쳐진 발자국 주위로 대설이 덮여간다

혹독한 눈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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