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를 마친 당신의 얼굴 위로 봄향이 지나갔다
복숭아를 닦아내던 손에 묻은 달풋한 냄새였다
당신은 복숭아를 좋아했다
지나간 사랑에 저녁놀이 서렸기 때문이다
봄하늘에 풀린 물감에 당신을 녹이면
말간 복숭아 빛이 번져가고 놀의 끝마저 파랬다
복숭아를 닮은 저녁에 당신의 어깨를 걸면
그 색은 곧 영원을 믿게 만드는 색이 되곤 했다
그날의 풍경의 색이 깊어져
문득 당신은 서랍을 열어 파레트를 꺼낸다
굳은 물감들은 색마다 서로의 색을 묻히고 있다
서로에게 엉키던 시간들을 분홍빛으로 멈추어 놓았다
무른 복숭아를 깨물어 우르르 즙을 내어 당신에게로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