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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KTUS Jul 30. 2021

나는 너에게 빗겨간 시차

1.

너를 두고 어느 여름밤이라 하면

가슴 한 쪽이 저릿해 온다


그곳에서 기억은 허물어져 가는지


나는 너에게 어느 여름이고 싶지 않다

묻어두기엔 네가 조금 보고 싶다


말에 마음이 실리면

순간은 진실이 된다

갈 수 있는 끝도 없이 먼 곳을 간다


몇 해를 저장해 놓았던

여름의 눈물이 떨어지는

한 가운데의 여정처럼


고맙다는 말은 더욱 그렇다


2.

누군가 좋은 이별이란 게 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러하다고 하겠다


어떤 이별은 사랑을 멈추지 않고 꿈꾸게 한다


사랑이 없는 곳으로 숨어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고

어느 여름밤의 이별은 내게 귀띔해 주었다

 

한 글자, 한 낱말, 한 문장씩 일러주는 바람에

무더운 날들이 지나가고 있다


나는 너에게 발견될 기회를 놓쳤다


나는 너에게 발견되고 싶었다


너의 시선으로

너의 물음으로

너의 목소리로


나의 미래를 너에게 발각되고 싶었으나

스스로 기회를 놓쳐 버렸다


이상하다 후회하지는 않는다

나는 너에게 빗겨간 시차였음에도

너는 어두워지지 않는다

나도 결코 어두워지지 않는다


너에게만 관대해질 수 없다는 게 사랑임을 깨달았다

이것은 사랑에 관한 몇 번째 각도일까


따뜻한 눈빛으로 나를 켜주어 고맙다


3.

어느 여름밤이 귓가로 다가온다

나는 그의 말을 듣는다


나는 너에게

늦은 밤

이른 오후

깨지 않은 아침이었다


앞에 붙여낼 모든 부사가 맞지 않았다


그리고 남은 부사 하나 '여전히'

이것이 너에게 유효한지 나는 모르겠다


등에 땀이 고여 흐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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