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부는 날에 돌아선다.
내가 아닌 것으로부터.
돌아선 순간,
얼굴을 때리는 바람은
몹시도 새로운 바람.
나에게 상처를 주었던
모든 날 모든 것으로부터 돌아선다.
나에게 예의를 다하지 않았던
사람으로부터 돌아선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바보 같이 끌려다니지 않기 위해서.
이것은 정당한 방어다.
지난 날들에 대한 마땅한 공격이다.
아마도 당분간은 쓰라리겠지.
내가 아니었던 방식을 선택한 날들에
적응하는 게 조금은 힘이 들겠지.
질긴 나날을 모질게 끊어내느라
어느 저녁에 속앓이한 얼굴을 하겠지.
정적의 얼굴을 한 밤이 찾아오겠지.
그럼에도 돌아선다.
내가 아닌 것을 하지 않기 위해서,
결연하지만 가볍게 돌아선다.
등뒤에 후회는 남기지 않는다.
돌아선 나는 아주 잘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