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KTUS Mar 31. 2017

그곳에 춤추는 그대가 있어

바다는 완벽하길 바랐다 흔들림마저 거룩하기를 소원했다


자신의 균열을 들여다보는 것이 소름끼치도록 싫어서 


수면에 풍랑을 일어 눈가림하였다 


파란을 삼켜 속으로는 토악질하면서도 끝끝내 푸른빛이길 바랐다 


넘실거리는 파도의 머릿결을 풀어헤쳐 자신의 방황을 감쌌다


늘 옆자리가 허전해 섬에게 절벽에게 기웃거렸지만 


그것들은 깎여나갈 뿐인 것들이어서 다시 돌아왔다 


바다의 수정은 완벽한 것이어야 했고 눈물마저 거룩해야 했다


화려했지만 심연의 샘은 말라갔다


바다는 등허리에 상처가 깊어 햇빛에 부서진 자리가


어느 날은 불에 데인 듯 쓰라렸다


바다에게 멈추어 쉬는 법을 일러준 이는 아무도 없었다


죽기로 결심하여 바다는 자신 안의 정어리 떼들을 죽이려 하였다


그때 바다의 눈물이 정어리 떼의 중심으로 떨어졌다


정어리 떼는 나비의 날개로 흩어졌다


바다는 그때 춤을 보았다 날아가는 꿈을 꾸었다


모든 것이 바뀌었다 바다는 춤을 추기로 하였다


정처 없이 떠돌던 방황이 춤이었던 것을 알고는 즐거워졌다


이 시간 바다는 정어리 떼의 방향으로 춤을 추어 나간다


그곳에 춤추는 그대, 바다가 있어 도처의 격랑을 조금 참을만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바람이 시킨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