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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 에이전트 May 18. 2018

인사말

사색


격정의 2주를 지냈다. 희로애락의 긴 터널을 뚫고 세상사 단맛, 쓴맛을 맛봤다. 이쯤 되면 운이라는 것도 떠올려봄직 하다. 행운과 불운. 세상이 0.0001초 차이의 아귀에 따라 운명이 훅훅 달라지는 생각을 해봤다. 이것을 했고, 혹은 안 했고. 내 인생도 수많은 했고안했고의 차이로 지금의 모습을 완성했겠지.


일반적으로는 안 했을 때 후회할 확률이 더 높다고 한다. 이걸 알기에 순간 드는 (옳은) 행동을 하려고 하는데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옳고 그른지를 찰나에 판단해야 할 뿐 아니라 예의와 관계를 거스르는 경우도 계산해야 한다. 할 때의 용기는 꽤 크다.


지난 2주는 안 한 것에 대한 후회와 슬픔이 몰아친 시간이었다. 그때, 내가 이렇게 관계했다면 지금 덜 힘들었을까, 이런 말을 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 이도저도 말고 그저 서로의 인생을 잇는 단 한마디의 인사라도 건넸다면 이만큼의 슬픔이 차올랐을까 하는 따위의 후회.


'안녕하세요'


한마디는 상대와 나 사이에, 이제부터 우리는 서로의 인생에 작고 크게 개입할 겁니다라는, 길을 여는 행위다. 그 인사말을 건네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남이 아니게 되고, 어딜 가서도 아는 사이가 되며, 좀더 친근한 공기로 주변을 채우게 된다. 그리하여 이제는 나만을 위한 선택이 아닌, '우리'로써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친구를 많이 만들어두는 것은 세상이 내게 좀더 친절하게 굴도록 타협하는 절차다. 엘리베이터에서도, 무뚝뚝한 시선보다는 어설픈 웃음 한 조각을 얻을 수 있고, 거리에서도, 굳은 얼굴 근육을 풀 타이밍을 얻을 수 있고, 밥집이건 회사건 슈퍼건 어디건. 우리는 아는 사람에게는 친절하니까.


세상을 다스리는 데에 겨우 1-2분만 필요하다면, 이제는 좀더 의식적으로 그 시간을 할애해보려 한다. 어차피 인생은 길고 지루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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