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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 에이전트 May 19. 2018

동상이몽

노동의 시간

  
전시장의 부스는 생각보다 멋이 없다. 조립식 패널을 끼워 맞춰 흔들리고 부실했다. 대형출판사들이나 협회로 참가하는 곳들은 따로 부스를 세우고 꾸미기 때문에 그들 사이에 있는 기본형의 하얀색 패널 부스는 상대적으로 눈길을 끌기가 힘들다. 자체적으로 부스를 세우기 힘든 경우, 부스의 빈약함을 메울 수 있는 수단으로 이미지를 채운다. 이미지는 크면 클수록 좋다. 이미지를 붙일 경우에는 전시장에 맡기거나 출력해서 가져갈 수 있는데, 어떤 퀄리티가 나올지 몰라 고생하더라도 출력해서 가져가는 것이 조금 더 안심이 된다.


 바르샤바 도서전은 특이하게 국립경기장에서 열린다. 그런데 이 경기장이 원형이다. 다시 말해, 부스 설치에 썩 적합한 구조가 아니다. 게다가 따로 부스를 설치할 만한 홀이 없어 복도 양 옆에 설치한다. 처음엔 당황스러웠는데 생각해보니 실용면에서는 편리할 듯하다. 방문객 입장에서는 한 바퀴 돌기만 하면 동선이 엇갈리는 경우 없이 행사 전체를 구경할 수 있고, 참가사 입장에서는 미팅을 위해 홀 여기저기를 뛰어다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다만, 부스 설치만 두고 보자면 좋은 모양새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나마 작년에는 직선 코스에 자리를 배정 받아 괜찮았는데, 올해는 곡선 코스에 자리가 정해져 부스가 삐뚫어졌다. 양쪽 벽에 이미지를 온전히 붙일 계획이었는데, 이렇다 보니 한쪽 벽이 반 정도가 가려졌다. 부스 자리 배정은 이렇듯 늘 복불복이다.


 목요일부터 시작된 전시는 첫날부터 일반인에게 개방된다. 그런 의도를 미루어 본다면, 바르샤바 도서전은 저작권 거래에 맞춰진 행사는 아닐지 모른다. 그래도 동유럽 국가에서는 나름 규모가 있는 도서전이기에 얼마간은 동향을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다. 게다가 폴란드는 저작권 수입이 활발한 곳이라 우리 그림책에 대한 신뢰만 심어둘 수 있다면 관계의 미래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바르샤바 도서전의 진짜 아이러니는 독자가 보는 책과 출판사가 보는 책의 시각과 취향이 다르다는 것이다. 독자들이 들춰보는 책들은 A쪽인데 출판사들이 거래하고자 하는 책들은 B쪽이다. 이 사태를 어떻게 중재해야 할지 에이전트로서 고민이 커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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