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후의 만두 걸인의 찬
오늘 아침 TV를 켜니 백종원 3대천왕 만두편이 보인다.
재방송인지 생방송인지는 모르겠지만 출출한 아침에 만두를 맛있게 먹는 백종원을 보니 만두가 갑자기 먹고 싶어진다.
비가 오는 쌀쌀한 휴일아침이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가 더 맛있어 보인다. 물만두, 군만두, 왕만두 모양도 가지가지이고 청주, 익산, 부산 등 지역도 만두 맛도 각양각색이다. 물끄러미 보고 있자니 어려서 먹던 만두가 생각난다. 내 기억 속에 만두는 학교 앞에 분식집 만두와 집에서 어머니가 해 주시던 김치만두가 학교 앞 분식점 이름은 수원에 있는 보용만두다. 학교 다닐때만해도 허름한 분식집 이였는데 지금은 수원을 대표하는 만두 맛집이 되어 버렸다.친구와 돈을 모아 둘이 만두 한판을 나눠먹던 그 시절이 그립다. 한참 성장기의 남학생 둘이 만두 한 접시를 나눠먹었으니 그 맛의 여운은 더욱깊을 수밖에 없었겠다 는 생각도 들고 왜 한판을 사먹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맘먹고 먹으면 한 서너 접시는 먹을 수 있는데 늘 몇 개 집어먹고 아쉬움을 뒤로하고 나왔던 기억이 난다. 결혼을 하고 집사람에게 처음 수원에 와서사줬던 음식도 이 만두집의 만두였다. 내 기억 속에 만두맛은 감칠맛이 돌고 육즙이 가득하고 따끈따끈하고 야들야들 한 만두였다. 늘 아쉬움을 두고 나오던 만둣집 이였는지 그때에 비하면 만두 한판 사먹을 여유는 생겼지만 지금은 수원에 살지도 않지만 문득 혼자 만두집을 들어설용기가 쉽지 않은 걸 보면 변하지 않는 만두 맛 보다 사람은 쉽게 변하는 것 같다.수원에 가면 가끔 들려 옛날에 먹던 만두 맛을 보곤 했는데 지금은 그 맛이 어쩔지 자못 궁금하다. 예전에 같이 만두를 나눠먹던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한번 물어볼까 싶다.
오늘 만두 한판 먹으러 갈래?
어머니는 만두를 잘 만들어 주셨다. 간식거리가 없던 집엔 삶은 만두가 늘 있었다. 집에 아무도 없을 때 하교 후 집에 들어오면 식은 만두도 몇 개 집어먹고프라이팬에 기름 살짝 두르고 노릇노릇하게 구워먹던 만두가 그립다.
어머니가 해 주시던 만두는 입이 얼얼할 정도로 매운 김치만두다. 고기를 넣지 않고 김치와 두부, 당면을 넣고 고춧가루도 더 넣어 칼칼한 맛이 나던 만두였다.
얼만 전 설날 본가에 가니 오랜만에 어머니가 만두를 빚으셨다. 늘 식구와 같이 빚으시더니 올핸 어머니가 만두를 혼자 다 빚으셔서 쪄놓으셨다.냉큼 하나 집어먹어보니 예전의 칼칼한 만두 맛이 난다. 그대와 달라진 건 지금의 김치만두는 고기가 제법 많이 들어가 고소한 맛이 더 난다는 점이다.
“엄마 고기 넣지 말고 매운 만두 한 번 만들어 주지 ”
어머님께 한번 옛날처럼 만두투정을 부려봤다.
“고기 안 넣은 만두가 뭐 맛있냐! 그때는 없이 살았으니까 안 넣었지 고기를 넣으면 만두가 맛있는데 지금 만들면 누가 먹겠냐”
그런가! 그래도 예전의 그 김치만두가 그리운 건 왜일까?
예전에 양평에 허름한 분식집에 들른 적이 있었는데 만 두 속에 아무것도 안 넣고 배추만 넣어서 파는 만두집이 있었다.가격도 3,000원 정도 하는 만두집 이였는데 만두 맛이 너무 담백해서 집에 와서 배추와 양념만 하고 만두를 빚었는데 너무 맛이 없었던 기억이 있다.
요즘 TV를 보면 음식을 테마로 하는 프로그램이 많이 나온다. 전국의 유명 맛집을 다니며 소개하는 프로그램,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 보여주는 프로그램 등 다양한 콘셉트로 음식방송을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음식을 맛보는 사람이나 만드는 사람이나 모두가 즐겁게 만들고 맛본다. 그러고 보면 음식은 만들어진 맛의 완성도 중요하지만 먹는 사람의 감정이 더 의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교과서에 실린 수필중에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이란 문구가 생각났다. 아무리 진수성찬이 깔려있어도 높은 사람들과의 자리는 불편하다. 소박한 한 끼라도 식구들과 또는 오래된 친구들과 둘러앉아 먹는 음식이 최고다. 혼밥이 익술해진 일상에 오늘 저녁은 오랜친구와 또는 식구들과 오랜만에 걸인의 찬이라도 왕후의 밥을 즐겨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