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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 Aug 12. 2021

모르는 것이 당당한 사회에 사랑이 있을까요?

아주 어릴 적, 제가 살던 동네에는 대졸자가 없었습니다.

서울 같은 도시도 아니고, 변변한 인문계 고등학교도 없던 동네... 사는 것이 다 고만고만했고, 어른들에겐 남녀 관계없이 특유의 냄새가 났습니다.

그 동네엔 도서관도 없었어요.

생각해보니,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은 선진국의 인프라였습니다.

부모님이 사준 책 외에 다른 이야기가 고픈 아이들은 학급문고를 이용했습니다. 각자 한 권씩 들고 오면 그중에 내가 모르는 책도 있었으니, 궁색하지만 융통성 있는 방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도대체 언제 적 이야기냐고,

구한말 사람이냐는 소릴 들어도 할  없네요.

하지만 우리나라가 그렇게 균일하게 빌전하지는 않았으니까요...

시장 상인들이 살던 동네에서 컸지만,

동네 어른들이 장사치라고 느낀 적은 없습니다.

상인을 낮춰 이르는 그 말에 담긴 경멸은 아마도 관심사가 이재에만 있는 이에 대한 것이겠지요.

재화를 최대한 싸게 사서 최대한 높은 금에 파는 일은,

오랫동안 불교와 성리학이라는 철학적 배경 속에 살았던 우리나라 사람에게 떳떳하지 못한 어떤 감정을 주었을 것입니다.

1:1 교환으로 보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데, 철학을 가졌다고 해서 왜 기분이 달라진 걸까요?

철학이란 지식에 대한 사랑이라는 그리스어 해제를 하지 않아도, 삶과 사회에 대한 이해가 목적입니다.

이에 비추어보자면, 싸게 사거나 비싸게 팔 때 눈앞의 한 사람만이 아니라 그에 린 여러 입이 보일 것입니다. 그러니 너무 한 정도의 이득이 편하기만 할 없었겠죠.

어른이 되어 동네 어른들 냄새가 뭔지 알았습니다.

쿰쿰하며 상긋한.. 종일 흘린 땀이 반쯤 발효된 냄새..

그렇게 바빴던 상인들이 왜 제게는 선생님들로 느껴졌는지 되살려 보니, 그 속사정이야 어떻든 적어도 어린아이들 앞에서는 본이 되고자 조심하셨다는 것과 짬이 나면 신문이라도 늘 읽으셨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모르는 것을 배우고자 하셨고, 잘나 보이는 사람들의 을 들을 기회가 있으면 가게를 일찍 닫고 찾아갔지요.

아이들에게 공부 열심히 하란 말씀은 출세하란 뜻이 아니었습니다.

모르는 것의 서러움과 답답함을 느끼지 말라는 것이었죠.

지금 생각하면 별 것 없는 식자들에게 지나치게 고개를 숙이신 것도 같습니다.

모른다는 게 큰 잘못인 듯 서둘러 알 방도를 찾는 분들이었죠.

여전히.. 모르는 게 죄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당당할 일도 아니라고 믿지요.

왜냐하면 지식이란 결국 세상 이것저것에 대한 설명인데, 세상을 모른다는 게 어른으로서는 부끄러운 일이니까요.

시험을 잘 보는 게 아는 것은 아니라고 많은 분들이 아실 겁니다. 제가 말한 지식도 결국 지혜의 거름이 되는 종류고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모르는 것이 당당한 취향인 것처럼 매스컴에서 내세우는 일이 많아졌지요. 평생 책 한 권 안 읽는 걸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고요...


트럼프가 대통령이던 시절에

무지에 대한 당당함을 넘어 앎을 증오하는 미국을 목격하고 놀랐습니다. 그 무지의 폭력이 트럼프를 만들었다는 걸 생각하니, 우리 사회도 두려워졌지요.


이제 대졸자 아닌 이를 찾는 게 어려운 도시에 살지만, 그 시절 동네 어르신의 품격을 느끼기는 쉽지 않습니다.

세상은 쉴 새 없이 변해서 열심히 알려해도 무지가 점점 커지는데, 시험에 필요한 지식을 채운 우리는 모른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세상에 산다는 게 두렵지 않은 걸까요?


사랑하면 보이고 보면 알고 싶어지는 게 보통이죠.

그러니까  무지가 당당하고 지적 호기심이 큰 이들이 구경거리가 된 요즘, 다수의 사람들에게 이 세계는 전혀 알고 싶지 않고 따라서 사랑하고 싶지 않은 대상이 된 걸까요?


사랑이 없이

우리 사는 세계가 어떻게 행복하게 될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앎을 증오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어요.

당신이 사는 이 세계는 사랑의 대싱이 될 수 없나요?

이 세계를 사랑하지 않겠다면, 당신은 누구의 품에서 누구의 양식으로 삶을 이어갈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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