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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 Jun 20. 2020

커피, 4차 산업혁명의 주역

- with Coffee , 혹은 커피에 대한 아부.

세 잔째 커피를 마신다.

어느 과학자께서 아데노신의 분출을 막기에 몸에는 하등 좋을 게 없다고 커피를 모함하셨으나,

그분께서도 커피 없이는 무념무상, 연구업적 따위 하나도 낼 수 없는 나이가 분명히 되셨을 터다.

그 생각에 미치니, 건강과 성취를 모두 원하는 사람의 한없는 욕심에 반성을 하게 된다.

뒤이어 그 많은 글을 짜내주신 커피님께 아무 칭송도 바치지 않았다는 생각에 이른다.

세 잔 째 커피, 리필 안 됨


수학자는 커피를 이론으로 바꾸는 기계이다.
A mathematician is a machine for turning coffee into theorems.
- 에르되시 팔


바흐, 커피 칸타타 악보


내게 기쁨을 주려거든 내게 커피 한 잔을 따라줘요.
-바흐, <커피 칸타타> 중

무려 음악의 아버지 바흐께서 음악을 바쳐 찬양했고,(그분이 주로 교회음악만 작곡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커피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알 것만 같다) 평생에 걸친 연구와 이론으로 인류를 이롭게 한 위대한 수학자도 이렇듯 자신을 낮추면서까지 커피를 칭송했는데, 나 따위 무명 글쟁이가 뭐라고 여태 아부 한 마디 하지 않았는지... 새삼 송구스러워진다.


그래서 나도 부족하나마 커피를 찬양하기 위해 그냥 쓴다.


창의성 있는 아부에는 젬병인 터라, 이 명언에 덧붙이자면... 어디 수학자 뿐이겠는가....

커피라는 것이 없으면 몰라도, 커피가 있는 세계에서 커피의 은혜없이 나온 마스터피스가 하나라도 있을지...

문학, 음악, 미술은 물론이요 수학, 물리학, 생물학, 공학, 지질학, 화학 등등.....

현재 인류 문명과 앞으로 있을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주역은 바로 커피인 것이다.


인간은 커피를 갈고 그 정수를 커피잔에 내리지만,

커피는 인간의 뇌수를 짜내 작품에 보관한다.


심상정, <송하음다松下飮茶>


나는 요즘 차茶만 탐식하는 버러지가 되어 약을 겸해 마신다네
(....)
목마르게 바라는 뜻을 헤아려 달빛 같은 은혜를 아끼지 말기 바라네.
-정약용, <걸명소乞茗疏>


차를 구걸하는 글까지 썼던 다산 선생님이 커피를 아셨다면, 분명히 커피도 좋아하셨을 것이다.

손을 덜덜 떨 정도로 커피에 중독되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 유명인사 뿐인가?

차를 유난히 좋아해 차를 올리는 제사까지 지낸 우리 민족.

고려시대에 커피가 있었다면, 우리는 차례상에 커피를 올렸을 것이다.


청자 다완(국립중앙박물관)
청자 구룡형 주전자(국립중앙박물관)


고려 시대의 이 찬란한 청자 문화는 차에 미친 고려 귀족들의 취향으로 발전한 것이다.

차례라는 말은 말 그대로 조상에게 차를 올리는 제사인데, 이 차를 바치느라 뼛골이 빠진 백성들의 원성을 잘 아는 신진사대부들이 조선을 세우면서 차례에 올리는 음식 자체를 바꿔버렸다.


예나 지금이나 한 잔의 차는 고된 노동의 산물이고 그래서 비쌀 수밖에 없는 사치품이지만...

그 산출물이 정신에서 나온 것들이다 보니, 그 맛을 아는 사람들은 놓을 수 없는 것이다.

...

아, 확실히 나는 아부에는 소질이 없다.

하지만 커피님이 내 진심을 알리라 생각하며 이만 마친다.

세 잔째 커피를 다 마셨으므로 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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