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a Jun 18. 2020

저 먼 곳의 누군가를

그리고 우리를

오로라는 싸움의 흔적이라고 합니다.

모든 것을 불사르는 태양의 폭발로부터 지구를 보호하는 대기권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요.

캬라멜을 싼 속 포장지처럼 투명하고 얇은 그 대기권을 만드는 것이 자기장이라고 하더라고요.

오로라는 태양에서 미친 듯 달려온 방사능과 같은 다양한 전자기파가 지구의 자기장과 부딪치고 남은 파장들이라지요..

다시 말하자면, 오로라는 조용한 보호의 흔적인 셈입니다.


감상적으로 표현해본다면 지구의 사랑 표현..

아니, 사랑의 상처일까요?

하지만  그 사랑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생명체는 지구의 숱한 생명의 수에 비하면 손에 꼽을 비율이겠지요..

라플란드 사람들과 순록과 늑대들과 트롤들과 전나무들과.... 가끔 돈과 시간과 연이 있는 여행자들이 그 사랑의 화려한 상흔을 보곤 할 겁니다.

그래서 참...

북극 가까이에서 별의 눈을 갖고 태어나지 못한,

여행을 갈 수 없는 우린 참 곤란합니다.

그런 큰 사랑, 깊은 보호는.. 자주 잊으니까 말이지요.


처음으로 글이 마구 찢기는 듯한 경험을 해본 날..

나의 무심한 말버릇이 누군가에게 지겨움이 되었음을 안 날,

사랑받기를 이미 원치 않는 나이라 해도

미움받는 것은 역시 피곤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 날...

아픈 사람은 계속 아프고

슬픈 사람은 계속 슬퍼서

삶의 지혜를 얻는 것을 관찰하는 것이

새삼 서글퍼지는 날...

비록

보이지 않지만 그런 서글픈 나를 ,

우리를,

보호하고

지켜보고

명상해줄....

저 먼 곳의  누군가를

생각합니다.


멀미가 날 정도로 계속되는 우리의

아픔과 슬픔을 안고

푸르게 춤을 추어 줄 오로라 같은... 

멀리 있지만,

너무 높이는 있지 않은

약 330km쯤 상공에 있었으면 하는..

그래서

언젠가 우리가 그곳으로  갈 때

너무 멀리 헤매지 않고 돌아올 수 있도록 

잡아줄

그 누군가를..

이 밤에..

명상해봅니다...



작가의 이전글 언젠가는 기쁘게 대가를 치르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