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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 Jan 06. 2022

새해에도 잠 못 드는 밤에 생각하는 잘 산 인생

- 바보 이반을 생각하며

<바보 이반> 표지

톨스토이는 러시아 민담을 각색하여 <바보 이반>이라는 동화책을 썼습니다.

죽음을 앞둔 시골 귀족과 세 아들이 있고,

욕심 많은 두 형과 바보인 막내, 그리고 벙어리 막내딸이 있습니다.

큰 형 세미욘은 군인이라 권력에 욕심이 많고, 둘째 형 탈라스는 장사꾼이라 재물에 욕심이 많습니다.

세미욘은 귀족 딸과 결혼하여 그 사치를 감당하기 위해 아버지의 재산을 받아냈고,

그걸 본 탈라스는 더욱더 부자가 되기 위해 아버지의 재산을 받습니다.

타라스는 다른 재산도 탐내지만, 아버지는 이반과 딸 말라냐의 것이라며 주지 않습니다.

재산을 나눴지만 그들은 서로 미워하지 않고 그 나름대로 잘 지내는 중입니다.


그런데 고향 마을에는 큰 악마와 부하 악마도 셋이 살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인간을 꾀어내 힘을 키워야 할 악마들입니다.

세 악마는 이반 네 세 형제가 서로 화목한 것을 보고 이들의 행복을 빼앗기로 합니다.

첫째 악마는 큰형을 보고 좋은 먹잇감이라는 것을 간파합니다.

악마는 세미욘에게 엄청난 군대를 주고 전쟁을 일으키라 부추깁니다. 세미욘은 엄한 나라에 전쟁을 걸지만, 악마의 계략으로 화약이 젖는 바람에 대패하고 맙니다. 그리고 고향으로 쫓겨오지요. 세미욘 곁에 머물던 악마는 우연히 이반에게 들켜 귀릿짚으로 군대를 만드는 법을 알게 됩니다.

 집에 와서 밥도 잘 먹지 않고 일도 도와주지 않던 세미욘이 불행한 이유가 군대가 없어서라는 것을 알게된 이반은 나뭇잎으로 군대를 만들어 선물합니다. 세미욘은 기뻐서 떠나고 곧 왕이 되지요.

 

그런가 하면 둘째 탈라스도 악마에게 꾐을 당해 헛된 곳에 재산을 탕진하고 빚쟁이에 쫓겨 고향으로 쫓겨 옵니다. 이 악마도 이반에게 들켜 나뭇잎으로 금화를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게 됩니다. 이반은 돈이 없어 불행해하는 형을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 금화를 만들어줍니다. 탈라스는 기뻐서 장사를 하러 떠나 곧 왕이 됩니다.


세 악마 중에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이는 이반을 선택했던 악마입니다.

바보라서 제일 쉬울 줄 알았는데, 반대로 너무 어려웠습니다.

어떤 방해에도 불평 없이 성실하게 농사를 해내고, 어떤 어려움에도 끈질기게 버텨 악마가 질리게 만들었죠.

결국 악마는 어떤 병도 낫게 해주는 풀뿌리만 이반에게 준 채 도망가고 말았습니다.


이반은 이 풀뿌리로 왕의 사위가 되는 행운을 얻지요. 하지만 이반은 뼛속부터 농부라 왕처럼 의자에 앉아 정사를 돌보는 것은 성정에 맞지 않습니다. 그는 팔과 다리를 걷어붙이고 밭에서 쟁기질을 하며 농사꾼 때와 똑같이 살죠. 왕비도 왕과 함께 농사일을 하며 삽니다. 그러자 똑똑한 관료와 귀족들은 이반의 나라를 떠나고 농부와 바보들만이 이 나라에 남습니다.


 한편, 세 악마들의 우두머리는 부하들의 성공 소식만 기다리다 지쳐 직접 이반네 마을을 찾아갑니다.

그런데 세 악마는 도망가버리고, 이반네 세 형제는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죠.

악마는

"사람이 힘을 써서 일하면 되겠습니까? 머리를 써서 일을 해야지요!"

보다 못한 악마가 변장을 하고 나타나 일장 연설을 했지만,

이반은 손도 발도 아닌 머리로 어떻게 밭을 갈고 풀을 맬 수 있다는 말인지 도대체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신기한 쇼를 기다리던 바보 국민들은

연설하다 현기증으로 연단 아래로 떨어지며 머리로 쿵쿵 소리를 내는 걸 보고, 드디어 머리를 써서 일을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안나 까레니나>의 주요 인물인 레빈에게서 볼 수 있듯, 톨스토이는 노동의 신성함과 기쁨을 중시했습니다.

성실의 강요가 아니라 기쁜 노동에 대해 말했죠.

인생살이의 스승이라 할 톨스토이도 기쁨이 되지 못하는 노동에 대해 알았겠지만, 그렇더라도 단순한 진리를 의심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게 그리 단단한 기쁨은 아니지요.


특히나 뭔가 계획이 많은 새해에는

더구나 젊음의 정상으로부터 한 계단 내려오는 셈법으로 나이를 먹을 때는 기쁨 없는 노동이 답답하기도,

여전히 비현실이라 비웃음 당하는 꿈도, 멀기만 한 소원들도 힘 빠지게 만들기도 합니다.

웬만한 지뢰밭은 끝났다 생각하는 나이가 되어도

영리한 방법이 있다는 풍문에 혹할 것만 같은 시즌인 듯합니다, 1/4분기는요...


 

하지만 이반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웬만하면 100%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 교통사고처럼, 악마의 꾐에 빠진 두 형의 초조함과 어리석음(욕심이라 하지 않더라도요)이 남일 같지 않습니다.


영악함이 길게 가자 않는다는 것도

지름길이 없다는 것도 다 알아

순리대로 살자 하면서도

기쁨 없는 노동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불현듯 인생이 무상하다는 깨달음에 더더욱.......

삶의 길이 어지러워진 기분입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삶이 다시 길을 칮아주겠지요.

새해에 받을 복이란 건

그동안 얻은 오랜 진리에 쌓인 먼지를 닦아 다시 반짝이는 건지도요...


새해인데 여전히 맘 무거우신 분들,

지금까지 실아온 지혜대로 반짝거리시길 빕니다.

영악한 악마들이 두손두발 다 들게

바보처럼 묵묵히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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