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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동재 Oct 26. 2022

경영에 '답'이 없을 때

조직 안에서 내가 만들어가는 이야기, 그것이 성과다.

1. 며칠 전 송길영 부사장의 강의를 보면서 상당히 공감했던 내용이 있습니다. 


“이제 기업들이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자유의지로 본인이 모티베이션을 가지게 만드는 쪽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과거와 달리 업무를 정의내리기 힘들다. 방향은 정해져있지만 혹은 골(Goal)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어디까지가 나올지, 어떻게 그걸 가져갈지를 우리도 모른다. 그 이유는 이미 정의 내려져있는 것은 누군가 이미 하고 있다. 한국이 이전처럼 벤치마크를 통해서 성장하는 패스트팔로워 형태가 아니라 남들이 안한 걸해야 하는 상황으로 가버린 것이다. 매니지먼트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가 각자의 궁리를 기반으로 본인의 업에 대한 열정을 가질 수 있는 형태로 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기업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는 구도로 가기 시작했다.”


2. 이 이야기에 공감했던 이유는 우리가 성과에 대해서 왜 고민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시사점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우리가 창출해왔던 성과(Performance)들은 따지고 보면 성과라기보다는 업무활동(Activity)의 나열에 가깝거나 아예 결과(Result)에 가까운 것들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전체교육을 3회 진행했다.”, “고객유지율 10% 올렸다.”와 같은 것들입니다. 


사실 성과를 이렇게 표현한다는 것은 성과라는 것을 이미 사전에 ‘정의’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높은 성과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지금, 역설적으로 성과를 사전에 정의하고 이것으로 측정하고 평가하는 것이 오히려 성과창출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후술하겠지만 지식노동자의 성과는 사후적으로 가치를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속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조직이 성과를 위와 같이 표현하고 있다면, 성과의 개념을 다시 생각해봐야합니다.


3. “올해 어떤 성과를 창출하셨나요?” 라고 질문하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업무활동(Activity)나 결과(Result)를 나열하는 경우가 많지만 “성과를 창출한 경험을 들려주시겠어요?” 라고 질문하면 조금 다른 결의 답변이 나오게 됩니다. 


이를테면 “코로나 상황이 지속되면서 대면교육이 어려워져서 교육효과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었어요, 그래서 게더타운을 써서 그 안에서 워크숍도 하고, 간단한 모둠활동을 하면 대면 교육 못지않은 효과가 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게더타운에 가상공간을 만들고 참여자들과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분담해서 교육을 진행해보니까 참여활성화가 눈에 띄게 증가하더라고요. 줌으로 진행할 때에 비해서 개념에 대한 이해도, 현업적용도가 평균 23% 증가했습니다.” 


이 답변에는 위에는 없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해결해야 하는 상황’(문제의식), ‘솔루션’(전략), ‘결과와의 인과관계’(맥락과 정렬)를 포함한 네러티브가 있습니다. 사전에 ‘정의’하기 어려운 높은 성과는 보통 이렇게 본인이 주도성을 갖고 조직의 미션에 기여하기 위해서 세 가지 요소를 고려할 때 나타나게 됩니다.


4. 하지만 여전히 많은 조직들이 우리의 일을 KPI나 목표달성도와 같이 사전에 성과를 정의내리고 (KPI와 목표달성도로 평가를 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체조경기를 하는게 아닌데도요.) 구성원들은 그것을 채워내야 하는 재미없는 일로 만드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재미도 재미지만 이런 경영은 최소기준선을 지키는데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높은 성과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추는 데는 결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어디서부터 시작해볼 수 있을까요?


5. 당연한 이야기지만 리더(조직장)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넷플릭스의 일하는 방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원칙은 '통제가 아닌 맥락으로 리드하라'(Lead With Context, Not Control)입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구성원이 다소 아쉬운 의사결정을 했을 때 구성원을 질책하기 보다는 조직장이 맥락을 제대로 짚어주지 않았는지 자문하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정체성을 담은 미션, 목표와 전략을 명확하게 공유하고 그 과정에서 의견을 조율하였는지?, 팀이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가설과 위험을 설명했는지? 묻습니다. 맥락을 충분히 공유했다면 우선 절반이상은 성공적입니다. 약간의 심리적 안전감만 갖춰져 있다면, 구성원들은 그 맥락들에 기여하기 위해서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제안하기 시작합니다.


6. 정리하자면 성과란 성과창출의 주체인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안에서 만들어낸 무언가입니다. 이러한 성과는 결과와의 인과관계를 고려해서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주관적으로 가치판단(평가)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인과관계는 결국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조직내 모든 구성원 꼭 이렇게 성과를 정의내리고 관리를 해야 하냐고 물으신다면, 모든 구성원이 그럴 필요는 없을 수 있겠지만 어떠한 일을 하는 구성원이건 성과를 이렇게 바라볼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패스트팔로워’여서 가야 하는 길이 정해져 있든, 그렇지 않든 ‘해야 하는 데로 일을 하는 것’이 높은 성과를 내는데 효과적이지는 않을 것 입니다. 심지어 눈앞에 우리가 일하는 공간이 산업화된 공장 같은 공간일지라도 일을 하며 만들어낼 통찰들은 경영의 수준이 얼마나 넓고 깊으냐에 따라 가름됩니다. 넷플릭스는 자신들의 문화를 설명할 때 마지막으로 생택쥐페리가 남긴 이 글을 덧붙이면서 가야할 길을 다시 한 번 명확하게 전달합니다.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이 나무를 모으고 일을 분담하게 시키는 대신 사람들이 넓고 끝없는 바다를 동경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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